영종 국제학교 위컴애비 선정 이후 소송… 공정성 논란
평가 기준·심사 과정 불투명 지적
공모 과정 중 ‘조건 변경’ 의혹
국제학교 유치, 송도는 협약↔영종은 공모… ‘이중 행정’ 신뢰 흔들
유정복 시장, 지방선거 앞두고 국제학교 행정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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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지난 2월 영국 위컴애비스쿨을 방문해 피터 워렌 이사장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인천시 제공] |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인천 국제학교 유치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방식의 문제가 아닌 전반적인 절차와 과정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영종 국제학교 공모는 우선협상대상자 위컴애비스쿨(Wycombe Abbey School) 선정 이후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며 절차적 정당성 논란의 중심에 섰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공모가 오히려 불신의 출발점이 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래서 영종 국제학교 공모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위컴애비가 선정된 이후 곧바로 소송으로 이어졌다.
공모에 참여한 학교가 선정 과정의 문제를 제기하며 위컴애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처분 무효를 요구하는 본안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공모는 본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표적 행정 절차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서는 평가 기준의 모호성, 심사 과정 비공개, 결과에 대한 설명 부족 등이 겹치면서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공모한 국제학교 사업 자체는 법적 분쟁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공모, 신뢰를 잃다
형식적으로는 공모 절차를 거쳤지만, 실질적 공정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평가 기준이 사전에 충분히 공개됐는지, 심사가 객관적으로 진행됐는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학교 관계자는 “공모는 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공모 자체가 오히려 불신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공모 방식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같은 국제학교 유치 사업임에도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서로 다른 방식을 적용했다.
송도국제도시는 영국 럭비스쿨(Rugby School)을 직접 유치하는 사전 협약(MOU) 방식으로, 반면 영종 국제학교는 참여를 희망하는 학교들을 접수 받아 심사를 통해 최종 선정하는 공모 방식으로 진행됐다.
송도는 교육부 메뉴얼에 따라 협약 방식으로 추진되면서 공모 논란은 피했지만, 영종은 공모를 선택하고도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는 결과를 낳았다. 협약과 공모, 두 방식 모두 서로 다른 형태의 문제를 드러낸 셈이다.
결론적으로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같은 국제학교를 유치하는데 있어 송도와 영종 유치 방식이 정반대인 ‘이중 행정’을 보였다.
공모는 신뢰를 전제로 작동하는 제도다. 그러나 지금 인천 국제학교 유치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절차의 존재가 아니라, 절차에 대한 신뢰의 붕괴다.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 잡는 순간, 그 어떤 결과도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영종 국제학교는 불공정한 공모 절차로 인해 현재 법정 소송 중으로, 그 결과에 대한 판결만이 남아 있다.
사전 정보 제공·접촉 의혹까지
논란은 공모 절차 내부로 깊게 들어가고 있다. 특히 공모 기간 중 핵심 조건이 변경됐다는 의혹이 본안 소송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2024년 10월 공모지침서와 함께 배포된 초기 ‘양식 6’에는 외국교육기관 본교가 분교의 재정·행정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진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공모 기간 중 별도의 공식 공지 없이 ‘양식 6-1’로 변경되면서 해당 ‘최종 책임’ 조항이 삭제됐다.
또 ‘직접(directly)’과 ‘운영(operate)’ 표현까지 빠지면서 제3자 위탁 운영, 즉 프랜차이즈형 구조를 허용하는 형태로 바뀌었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경이 공모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수준의 중대한 하자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심각한 것은 ▷공모 과정에서 특정 사업자를 위해 핵심 조건이 바뀐 정황 ▷공무원이 사전에 입찰 정보를 특정 학교에 제공한 의혹 ▷국제학교 업무 실무 담당자와 특정 사업자가 공모 기간 중 비공식으로 접촉한 증거가 담긴 이메일 등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당 내용은 당시 인천경제청 국제학교 총괄 실무 책임자였던 전임 과장의 폭로를 통해 공개됐다.
그는 “사업자를 미리 정해놓고 공모를 진행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격 논란… 지침 위반 가능성
발표자 자격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공모 지침상 발표자는 공고 이전부터 재직 중인 외국학교 법인 임직원으로 제한돼 있지만, 실제 발표자는 학교 법인이 아닌 영리회사 소속 임원으로 확인됐다.
전임 과장은 지난 1월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사업자를 미리 정해놓고 공모를 진행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 발표자는 본교 임직원이 아닌 영리회사의 임원이었다”며 “이는 공모지침서에 정면으로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공모지침서에는 발표자를 ‘본 공모 공고 이전부터 재직 중인 외국학교법인 임직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작년 3월 평가 발표에 참석한 임직원은 2020년 3월 위컴애비 학교법인(Girls‘ Education Company Limited) 이사직을 이미 사임한 사람이다. 이는 영국 기업등기소(Companies House) 공적 서류에 나와 있다.
현재 그는 학교법인이 아닌 영리회사인 위컴애비 인터네셔널 리미티드(Wycombe Abbey International Limited)의 이사로 등재돼 있다.
교육부·NRF가 발행한 ‘유·초·중·고 외국교육기관 설립심사 매뉴얼’에는 ‘공모 신청자와 교육청 인허가 신청자는 동일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위컴애비의 구조에서 이 둘은 확연히 다르다.
결론적으로 인천경제청이 공모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 위컴애비를 선정한 구조는 법적으로 산업부나 관할 교육청 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이 국제학교 관계자와 법률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향후 영종 국제학교 승인은 산업부 및 인천시교육청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것이다.
지난 2년 전 송도 국제학교 유치에 사전협약(MOU)으로 체결됐던 영국 해로우스쿨(Harrow School)이 무산됐던 당시 인천시 교육청 관계자는 “국제학교 인허가 승인 시 우리나라 현행법에 맞지 않으면 승인이 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해로우스쿨은 비영리 외국교육기관 본교가 설립·운영 주체가 아닌 프랜차이즈 구조로 국제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중국 영리기업과 협약을 체결하면서 비영리가 아닌 영리기업이 주체가 됐기 때문에 MOU 체결 연장 없이 자동으로 1년만에 무산됐었다.
1500억원 투입 앞두고 ‘법적 리스크’
현재 인천지방법원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처분 무효확인 소송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소송 중에서도 재판 결과와 상관 없이 국제학교 사업이 계속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인천시의 송도 개발이익금에서 투입될 예정인 영종 국제학교 건설 지원비 약 1500억원은 향후 법원 판결로 선정이 취소될 경우 예산 회수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률 전문가들은 “학교 설립이 불가능한 구조일 경우 공공 자금이 사실상 회수 불가능한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정복 시장, 선거 대비한 치적쌓기인가
이런 상황에서도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유정복 시장은 지난 2월 영국을 방문해 국제학교 협약을 체결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유 시장은 지난 4년 동안 국제학교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의 행동은 인천시장 3선(민선9기) 도전인 6·3 지방선거를 불과 3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정치적 일정과 맞물린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제기된다.
‘과정이 무너지면 결과도 무너진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단순한 학교 유치 여부가 아니다. 행정의 정당성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국제학교처럼 공공성과 상징성이 큰 사업일수록 절차적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는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이번 인천 국제학교 사례에서는 기준 부재, 절차 불투명, 결과 불신이 반복되며 행정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인천 국제학교 논란은 이제 ‘어떻게 시작했는가’를 넘어 ‘어떻게 진행됐는가’의 문제로 확장됐다.
공모는 절차가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제도다. 그 신뢰가 무너진 순간, 어떤 결과도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현재 남은 것은 법원의 판단이다. 그러나 그 결과와 별개로, 이번 논란은 향후 공공사업 전반에 절차적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남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