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이란대사 “韓 선박 호르무즈 통과 조율 가능”…조건부 통행 언급

“요청 오면 개별 선박 정보 받아 협의”
“美·美기업 이익 선박은 제외” 선 그어
“협상 없다”면서도 중재 채널 통한 메시지 교환 인정

1일 서울 영등포구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에서 열린 이란 전쟁의 진실과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관한 토론회에서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가 인사말을 하던 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는 1일 한국 정부가 공식 요청할 경우 한국 국적 상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조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동 전쟁 여파로 해협 통행이 사실상 제한된 상황에서, 조건부 통행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한 발언이다.

쿠제치 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 정부가 통과해야 하는 선박 정보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이를 추적하고 조율할 수 있다”며 “합의를 통해 제한적으로 통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통행 허용 기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전쟁 상황에서 평소처럼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며 “미국이나 미국 기업에 이익이 되는 선박이 아닌 경우에 한해 통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쟁 종식과 관련한 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공식 협상은 없다고 부인했다. 쿠제치 대사는 “이란과 미국 사이에 협상이나 물밑 협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재 채널을 통한 간접 접촉은 인정했다. 그는 “협상이라는 표현은 아니지만 중재자를 통해 메시지를 받고 있다”며 “미국 측 요청을 검토해 중재국을 통해 답변을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의 기본 입장도 분명히 했다. 쿠제치 대사는 “이란은 긴장 상태를 지속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미국과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는 이란 영토를 침략하지 않는 것이 핵심 조건”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대한 불신도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모순적이고 신뢰하기 어렵다”며 “시장이나 여론을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팽창 정책에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영향을 받아 미국의 이익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한편 백악관은 현지시간 1일 오후 9시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을 예고했다. 이란 측에서도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외교 채널과 인터뷰를 통해 종전 조건을 언급하고 있어, 양측 메시지의 방향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