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WGBI 편입, 80조원 자금 들어온다

4월부터 11월까지 단계적 유입 예상
2~3분기 금리 20~30bp 안정 기대


다음달 1일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본격화하면서 한국 국채시장에 최대 80조원 규모의 대규모 외국인 자금 유입이 예고되고 있다. 중동 사태로 크게 위축된 채권시장에 숨통을 틔워줄지 주목된다. 전 세계 기관투자자가 추종하는 세계 3대 채권지수인 WGBI에 따라 상당 규모 해외 자금 자동 유입이 기대되고 금리 변동성을 진정시킬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쏠린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WGBI는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관리하는 선진 채권지수다. 국채 발행 잔액, 신용등급, 시장 접근성 세 가지 요건을 만족해야 하는 등 기준이 까다로워 WGBI에 편입되면 ‘선진 국채클럽’으로 꼽힌다. WGBI 추종 자금은 2조5000억∼3조달러로 추정된다. 한국의 WGBI 예상 편입 비중은 2.08%(전체 편입 국가 중 9번째로 큰 규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WGBI 편입에 따라 한국 국채시장에는 약 500억~600억달러(70조~80조원) 규모의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 WGBI를 추종하는 자금이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에 걸쳐 매월 약 7조5000억~9조5000억원, 평균 8조원 안팎의 자금이 단계적으로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4월부터 WGBI 편입이 시작돼 11월까지 비중이 계단식으로 확대되고 매월 0.26%P씩 늘어나는 구조”라며 “8개월에 걸쳐 나눠 들어오는 만큼 단기적으로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 추종 자금 유입 자체로 금리 방향성을 좌우할 수는 없겠지만 2~3분기 중 20~30bp의 금리 안정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며 “금리를 끌어내리기보다는 상단을 제어하는 역할에 가깝다”고 했다.

자금 유입 효과를 좌우할 변수로는 환율과 글로벌 금리 환경이 지목된다.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지수 내 비중이 낮아지면서 실제 자금 유입 규모도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부 지출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에 대한 우려가 시장금리에 반영되고 있다”며 “한국 역시 글로벌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의 하향 안정화를 이끌기에는 제약 요인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금리 수준 자체는 외국인 자금 유입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미 금리가 크게 상승한 상황에서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형성될 경우 저가 매수 성격의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WGBI 편입을 앞두고 채권시장 안정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 5년 만에 추경을 통한 초과세수를 활용한 국채 순상환을 추진하는 한편 5조원 규모의 국채 긴급 바이백을 실시한다. WGBI 추종 자금 유입 기간인 4∼11월간 수시로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해 자금 유입 상황을 점검하고, 유입 촉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공 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WGBI 편입을 앞두고 변동성이 확대된 국채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성격이 크다”며 “금리 변동성이 높은 상태에서는 외국인 자금 유입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