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3주년에 333만원 기부…인생의 ‘특별한 순간’ 기부로 함께 나눈다

사랑의열매 ‘기부트렌드 2026’ 발간
“함께한 기부의 추억, 떠올리면 벅차”



최근 개인의 삶에서 의미 있는 순간을 계기로 나눔에 참여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인천 사랑의열매 기부자인 김용호 씨는 올해 2월 별세한 어머니 고(故) 이현신 씨를 기리며 300만원을 기부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약 13년간 치매를 앓았으며, 김씨는 긴 시간 곁을 지키며 돌봄과 간병을 이어왔다.

그는 “치매는 단순히 아픈 병이라기보다, 기억이 하나씩 사라지는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슬픈 병”이라며 “간병을 이어가면서 예전의 행복했던 기억들마저 점점 희미해지는 과정을 보는 것이 특히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어머니의 희미해지는 삶의 조각들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되살리려 하는 마음이 기부로 이어졌다. 장례를 치른 뒤 조의금의 일부를 치매 노인을 포함한 노인복지 분야에 기부했고, 모친 이름을 나눔 리더에 올렸다. 그는 “작은 보탬이지만, 아픈 어르신과 돌보는 가족들 모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북에 거주하는 공무원 부부 임병철·원미옥 씨는 기쁘고 뜻깊은 순간을 기념해 가족이 함께 기부에 참여했다. 아내 원씨가 행정안전부와 SBS가 공동 주최한 ‘2024년 제28회 민원봉사대상’에서 본상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 300만원을 사랑의열매에 기부했다.

이들 부부는 “상금을 가치 있는 일에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에 가족이 함께 고민한 끝에 기부라는 뜻깊은 답을 찾았다”고 했다. 임씨는 “이번 나눔으로 우리 가족이 더 여유롭고 행복해진 것 같다”고 말했고, 원씨 역시 “아이들이 매년 길에서도 사랑의열매 모금함을 보면 부모와 함께한 기부의 추억을 떠올리게 되어 벅차다”고 소감을 전했다.

경북의 고종환 케이건설 대표는 2024년 3월 3일 결혼 33주년을 맞아 333만3000원을 사랑의열매에 기부했다. 이후 기부금을 매년 1000원씩 증액하며 결혼기념일마다 나눔을 이어오고 있다.

고 대표는 “우리 가족의 소중한 날인 결혼기념일을 더 가치 있게 보내고 싶어 기부를 시작하게 됐다”며 “작은 실천이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가 발간한 ‘기부트렌드 2026’에 따르면, 특별한 순간을 기록하는 기부는 특정 순간의 감정과 기억, 그 순간에 부여한 의미를 기록하고 체험하는 방식으로 인식된다. 기부자는 기부 이후에 나타난 변화를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서사, 기부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는 경험을 원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부는 개인의 가치관과 삶의 방향을 확인하는 계기로 이어지며, 앞으로 일상 속 의사결정 과정에 더욱 깊이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함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