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폭등에 ‘차로 일하는 노동자’ 직격탄…“추경에 유가보조금 확대”

민주노총 노동자 2287명 긴급 실태조사
전세버스·가전·화물까지 유류비 급증
보조금 사각지대·특고 구조 ‘이중고’


9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 S 주유소에서 배달라이더가 주유를 하는 모습. 정주원 기자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중동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차량을 업무에 사용하는 노동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다. 전세버스 기사부터 가전 방문점검원, 화물·배달 노동자까지 ‘차량이 곧 일터’인 직종은 유류비 부담이 임금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26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17~19일 가전업계 노동자 22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94.6%가 유류비 부담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증가 폭은 ‘3만~5만원 미만’이 35.1%로 가장 많았고, ‘5만~7만원 미만’ 29.1%, ‘10만원 이상’도 14.4%에 달했다.

문제는 유가 상승분이 임금에 반영되지 않는 구조다. 응답자의 72.9%는 회사가 유류비 상승분을 수당이나 보조금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건당 수수료는 그대로인데 기름값만 오르면서 실질 임금이 줄어드는 셈이다.

실제 화물연대에 따르면 25톤 화물차 노동자가 한 달 사용하는 경유는 약 3067리터로, 경유 가격이 1500원대에서 2000원 수준까지 오를 경우 약 150만원의 비용 부담이 추가로 발생한다.

노조는 “업무용 차량 유지비의 88.5%를 노동자 개인이 부담하는 구조가 다시 확인됐다”며 “차량 없이는 일을 할 수 없는 이동 노동자들에게도 유가보조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가보조금 정책에서 소외돼 있는 전세버스 업계도 유가 급등 여파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대구에서 전세버스를 운행하는 경력 13년의 기사는 “서울을 한 번 다녀오면 예전보다 기름값이 최대 10만원 더 든다”며 “한 달에 최소 100만원 이상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에서 30년째 전세버스를 운행 중인 기사도 “한 달에 40만~50만원 부담이 늘었다”고 했다.

전세버스 기사들은 한시적 유가보조금 지원 필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현행 제도상 전세버스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에 따라 노선버스와 택시, 화물차 등은 경유 사용분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받지만, 전세버스 약 4만대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전세버스 노조는 지난 23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이번 추가경정예산에 전세버스 유가보조금 지급을 포함하라고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지난 5년간 유가보조금 집행 잔액이 연평균 5700억원 수준에 달하지만, 전세버스는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