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 침해 우려 한 목소리
“과도한 제한에 해당하는지 신중한 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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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헌법학회가 25일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에 대한 한법적 쟁점’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계인국(왼쪽부터)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문의빈 국민대 법학과 교수·서보건 한국헌법학회장·이영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 석좌교수·김명식 조선대공공인재법무학과 교수·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 교수 [사진=유동현 기자] |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국내 헌법 전문가들이 디지털자산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 제한을 두고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한 목소리로 우려했다. 특히 과잉금지원칙과 소급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되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헌법학회는 25일 서울 여의도에서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에 대한 헌법적 쟁점’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는 서보건 한국헌법학회장을 비롯해 헌법재판관을 지낸 이영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 석좌교수,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 교수, 계인국 고려대 행정전문대 교수, 문의빈 국민대 법학과 교수, 김명식 조선대 공공인재법무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이날 헌법적 쟁점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김명식 교수는 “지분율 제한 방안은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라며 “과도한 제한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구체적으로 ‘직업·기업의 자유’와 ‘재산권’과 같은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기업의 소유구조 및 의사결정 구조에 직접 개입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헌법상 직업의 자유로부터 도출되는 기본권이자 헌법의 경제적 기본 원리인 기업의 자유를 제한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식에 대한 재산권은 단순한 가치 보유를 넘어 소유, 처분, 수익권이라는 복합적 권능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핵심적 내용”이라며 “일정 비율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강제 처분을 명한다면 재산권의 핵심적 내용에 직접 개입하는 조치”라고 짚었다.
헌법상 쟁점으로는 ‘과잉금지원칙 위반’ 및 ‘소급입법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들었다. 헌법상 기본권 제한은 과잉금지원칙이라는 헌법적 테두리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과잉금지원칙이란 목적 달성을 위해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적절한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희소성 ▷법익의 균형성이다. 이 네 가지 기준에 한 가지라도 위배된다면 과잉금지원칙을 어긴 기본권 침해로 간주된다.
김 교수는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지만 나머지 세 가지 원칙에는 위배되는 사안이라 지적했다. 그는“디지털자산기본법의 입법 목적 중 하나로 가상자산 산업의 건전한 성장과 시장 혁신의 기반 조성이 제시된다”며 “소유 구조 규제를 통해서 (디지털자산)시장의 신뢰를 제고하고 이해 상충 가능성을 완화하려는 정책 목적은 정당하다고 이야기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여러가지 수단 중 가장 강력한 접근법인 지분 제한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가제 전환이나 대주주 자격 요건 강화,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시장 감시위원회 및 자율규제 설치 등 포괄적인 논의들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목적 달성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수단에 해당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본권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침해 정도도 낮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규제할 경우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며 “해외 입법 사례를보면 내부 통제 시스템 고도화나 시장 감시 체계 확립 등 재산권을 직접적으로 박탈하지 않는 덜 침해적인 수단으로도 목적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지분 제한이 현실화하면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켜 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어 “공공성이라는 추상적 공익보다 침해되는 사익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정된 법률을 과거 사실 및 법률관계에 소급해 적용하지 않는 ‘소급입법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소급입법금지 원칙에는 과거에 완료된 사안에 적용하는 진정소급과 아직 진행 중인 사안에 적용하는 부진정소급이 있다. 진정소급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부진정소급은 허용된다. 김 교수는 “이미 확정된 지분 구조를 뒤흔든다는 점에서 진정소급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찬반 대립 없이 위헌 소지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진 석좌교수는 “민간 기업에 갑자기 문제가 있다고 사후적으로 소유권이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헌법적 기본적 시각에선 위헌적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추상적 공익만 가지고는 기존 거래소 소유자의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며 “덜 규제적이고 덜 침해적인 방식을 먼저 시행해보고 가장 강력한 규제인 지분 제한은 최후적으로 해야한다는 게 헌법적 분석 틀”이라고 진단했다.
황성기 교수는 “대주주가 기한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지분을 팔고자 하면 협상력에 제약을 줘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중대한 재산권 박탈효과가 직접 발생해 침해 정도가 굉장히 무겁다”고 지적했다. 계인국 교수는 “공공성이 있다는 것과 공공재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며 “거래소를 공공재로 간주하고 지분 제한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경제학적, 법학적으로도 틀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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