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무주택자’만 정책 참여 제한
재산권 침해·형평성 논란 발생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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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의 논의·입안·보고·결재 전 과정에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다 보유자를 전면 배제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고위공직자 또한 이에 따른 ‘페널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다주택자에 대한 고강도 압박이 공직사회에도 이어지면서 보유 주택의 실거주 여부 및 취득 경위에 대한 부처별 검증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가족 사는 서울 집 외에 세종에도 집 샀다면 문제될 듯=24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다주택 공직자 배제 조치’ 이후 관가는 술렁이는 분위기다. 부동산 정책에 참여하는 주요 공직자들은 청와대뿐만 아니라 재정경제부 세제실, 국토교통부 주택정책 관련 부서에 다양하게 포진돼 있다. 직을 지키기 위해서는 실거주 외 주택을 처분하거나 배제 조치를 감내하게 된 것이다.
다만 중앙부처 고위공무원단의 경우 세종과 서울을 오가는 업무의 특성 및 자녀 교육 등으로 ‘이중 거주’가 불가피하다는 반박도 있다. 전날 건강상 이유로 인한 사의 소식이 알려진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도 자녀와 부인은 서울집에 거주하고 본인은 세종시 아파트의 전세를 오가면서 지낸 것으로 전해진다.
김영국 국토부 주택공급추진본부장은 본인 명의로 서울 동작구 사당동 롯데캐슬 84㎡(전용면적)를 보유했으나 세종시에서 공무원연금공단 소유 아파트의 한 방을 임대해 지내고 있다. 지난해 말 실장급으로 발령된 김헌정 대변인실장, 남영우 기획조정실장, 정의경 국토도시실장의 경우 아직 재산공개 전으로 다주택 여부가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에서는 김용범 정책실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이성훈 국토교통비서관이 주택정책 관련 핵심 라인으로 손꼽힌다. 이 중 이 비서관이 이 대통령의 기준에 걸린다. 이 국토교통비서관은 강남구 도곡동의 역삼럭키아파트(일부 지분)와 대치동의 한 다가구 주택을 배우자 명의로, 세종 나성동의 나릿재마을 아파트를 공동명의로 소유 중이다.
▶주택정책 설계하려면 1주택 또는 집 없어야’ 사실상 요건 달아=지난달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공개된 이재명 정부의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내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청와대 참모 53명 중 다주택자는 이 비서관을 포함해 총11명이다. 봉욱 민정수석은 배우자가 시흥시 물왕동의 임야와 인천 미추홀구 사무실을, 본인은 성동구 옥수하이츠(일부지분)와 반포동 다세대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권순정 국정기획비서관은 본인 명의의 대구 달서구의 한양은하아파트(일부지분)과 배우자 명의의 서울 마포구의 서교동대우미래사랑 34.29㎡를 보유한 채 용인 수지구의 한 아파트에서 전세로 거주하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재정경제부에서는 황순관 기획조정실장이 본인과 배우자가 각각 세종시 아파트를 1채씩 보유하고 있다. 조만희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다세대주택(재건축 멸실)과 세종시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처럼 최근 인사검증 서류에 ‘다주택 보유 여부’ 문항을 추가하고 처분 의향을 확인하고 있다. ‘1주택 또는 무주택자’가 일종의 자격 요건이 되면서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자는 업무에서 손을 떼거나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성훈 비서관 등 일부 고위공직자들이 보유한 실거주 외 주택을 최근 매물로 내놓게 된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다주택자 공직자의 관련 업무 배제 기조가 집값 양극화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똘똘한 한 채’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직자 또한 부동산 시장 참여자인 만큼 보유주택 수를 줄여야 할 경우 가진 부동산 중 가치가 높은 자산을 남기려는 동기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개인 사정에 따라 자산 처분 대신 공직을 이탈하는 이들이 나올 수도 있다. “1주택만 남기라”는 메시지가 있었던 문재인 정부 시절 다주택자인 김조원 민정수석이 사퇴한 게 대표적이다.
이번 배제 조치는 공직자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고 향후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다주택 공직자의 배제는 무주택자와 실수요자로부터 정책 신뢰도를 높인다는 장점은 있다”면서도 “다만 다주택자의 이해관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의 의견이 빠지지 않도록 하는 보완적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 “다주택 보유 행정가도 정책 설계에 필요”=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정책 결정 과정에서 풍부한 거래 경험이나 다주택자의 입장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행정가도 시각의 다양성의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서 “무주택자와 실거주1주택자만 참여하는 정책 의사 결정 과정에서 자칫 정책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실제 인사 불이익으로 이어질 경우 공직사회 내부의 반발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 ‘4급 이상 다주택자 간부의 주택 처분 및 승진 배제 조치’를 지시해 다주택 신고를 하지 않은 공무원 승진을 취소시킨 바 있다.
이에 해당 공무원이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2024년 대법원이 이를 두고 승진 취소는 임용권자의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판결한 전례가 있다. 당시 대법원은 “투기행위나 부정한 자금으로 부동산을 매수하는 경우 공무원의 도덕성·청렴성 등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가 되지만 다주택 보유 여부와 같은 공무원의 주택보유현황 자체가 공무원의 도덕성·청렴성 등을 실증하는 지표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형평성 논란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수도권 고가 1주택보다 자산 가치가 낮은 지방의 저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직자가 업무에서 배제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질 수 있다. 공무의 특성상 발생하는 근무지 이동이나 상속 등 불가피하게 여러 주택을 보유하게 된 사례도 적지 않아서다. 문 정부 당시에도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되자 상속으로 부득이하게 다주택자가 된 사람의 경우 종합부동산세 산정 주택 수에서 이를 일정 기간 제외하는 보완 조치가 잇따랐다.
김희량·윤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