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 준다니 계좌는 만드는데” 해외주식 지금 못 팔지…서학개미들, 분주한 셈법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과 코스피가 표시돼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6.7원 오른 1,517.3원, 코스피는 전장보다 375.45포인트(6.49%) 내린 5,405.75로 거래를 마감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해외주식 국내복귀계좌(RIA)가 23일 출시된 가운데, 주요 증권사에서 약 9000개 계좌가 개설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증권사로 계좌 개설이 집중되며 초기 수요 쏠림 현상도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KB증권·신한투자증권·메리츠증권·하나증권·대신증권 등 8개 증권사에서 전날 오후 4~5시 기준 약 9000개에 가까운 계좌가 개설됐다.

RIA는 환율 안정을 위해 해외 투자 자금의 국내 유입을 유도하는 제도다. 업계에서는 RIA 첫날 분위기가 비교적 차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입 근거인 ‘환율 안정 3법’의 국회 처리 지연으로 시행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세제 혜택을 소급 적용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예정대로 도입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분산됐다는 분석이다.

출시 첫날 계좌를 개설한 투자자들도 “5월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는 인식으로 즉각적인 자금 이동은 제한적인 모습이다. 이날 RIA 계좌를 출시한 한 증권사에서는 “약 700여개의 계좌가 개설됐으며, 이 가운데 실제 자금 이동으로 이어진 비중은 약 40%”라며 “자금 이동 규모는 6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웃도는 고환율 환경이 이어지면서 해외주식 보유만으로도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점이 매도 유인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3~4개월간 미국 증시가 조정 흐름을 보인 점도 저점 매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최근 미국 시장이 조정 국면이라 지금 팔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며 “환율까지 높은 상황에서 굳이 서둘러 매도하기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자산이 10% 복귀율을 기록할 경우 주식 25조4000억원, 채권 7조4000억원이 국내로 유입될 것”이라며 “2016년 인도네시아가 유사한 자산 복귀 정책을 시행했을 떄는 약 12%의 해외 자산이 국내로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루피아가 장기적으로 약세 흐름이었음에도 정책 시행 기간에는 강세였다”며 “국내에서도원화 강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제율이 높은 구간이 일정 기간 유지되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도 시점을 서두를 필요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공제율 구간과 시장 흐름을 감안해 매도 시점을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RIA 계좌는 5월 말까지는 100%, 6~7월에는 80%, 8~12월에는 50%로 공제율이 낮아진다.

특히 RIA 계좌 외 일반계좌에서 해외주식을 순매수할 경우 해당 금액만큼 공제 혜택이 줄어드는 구조도 투자 판단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개인투자자는 “연금이나 ISA로 해외 ETF를 계속 사는 구조인데, 이게 공제 축소로 이어진다면 RIA는 무의미할 것”이라며 “투자 방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RIA 출시와 함께 고객 유치 이벤트에 나섰다. 선착순 현금 지원과 환전 수수료 우대 혜택 등이 상대적으로 체감도가 높은 인센티브로 꼽힌다. RIA 계좌의 경우 해외주식 매도 후 환전 과정이 필수적이어서 관련 비용 절감 효과가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다.

KB증권은 해외주식 입고·매도 금액에 따라 국내주식 매수 쿠폰을 지급하고, 하나증권은 매수 쿠폰 및 투자지원금을 제공한다. 키움증권은 계좌 개설 및 납입 조건 충족 시 매수 쿠폰을 지급하며, 한화투자증권은 입고 금액에 따라 사은품과 캐시백을 제공한다.

이밖에 삼성증권은 국내주식 매매수수료 및 환전 수수료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iM증권은 해외주식 매도 금액에 따라 최대 15만원 모바일 상품권과 환전 수수료 90% 우대를 내놨다. 한국투자증권은 환전 수수료 90% 우대와 선착순 계좌 개설 지원금을 제공하며, 신한투자증권은 해외주식 매도 수수료와 환율, 국내주식 거래 수수료 우대 혜택을 제시했다. 메리츠증권은 골드바와 현금 등 고액 경품 이벤트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