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협 통과 선박들 위협하는 이란 미사일 기지, 타격” 발표
동맹 외면, 내부 균열로 종전 방안 묘연한 가운데
美, 호르무즈 패권 확보로 돌파구 마련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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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성 패트릭의 날을 앞두고 백악관에서 진행된 ‘아일랜드의 친구들’ 연례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UPI\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연합 좌절에 분노한 날,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이란 미사일 기지들을 벙커버스터(지하 관통탄)로 타격했다. 동맹들의 지원을 바라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미군이 독자적으로 군사행동을 감행하며 호르무즈 패권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의 외면 외에도 행정부 내 대(對) 테러정책 수장의 전쟁 비판 등에 직면하는 등 출구전략 찾기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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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중부사령부가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한 작전 지역 표시도. 중부사령부는 이날 호르무즈 인근에 있는 이란의 미사일 기지를 여러 발의 지하관통탄으로 공격했다고 발표했다.[미 중부사령부 엑스] |
중동 지역 미군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몇시간 전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안을 따라 있는 이란의 강화된 미사일 기지들에 5000파운드(약 2.3t)급 지하 관통탄(deep penetrator munitions) 여러 발을 성공적으로 투하했다”고 발표했다. 중부사령부는 해당 기지들에 배치된 이란의 대함 순항미사일은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국제 선박들에 위협이 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하 관통탄은 토양이나 암석, 철근 콘크리트 등을 깊이 관통한 뒤 폭발해 지하에 있는 목표물을 파괴하도록 설계된 무기로, 흔히 ‘벙커버스터’로 불린다. 미군은 지난해 6월에도 이란 내 주요 핵시설 3곳을 파괴한 ‘미드나잇 해머’ 작전에서 B-2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GBU-57 벙커버스터를 투하하며 지하 핵심 시설을 파괴한 바 있다. ‘GBU-57’은 길이 20.5피트(약 6.2m), 3만파운드(약 13.6t)에 달하는 초대형 폭탄이다. 이날 이란 미사일 기지 타격에 사용된 폭탄은 5000파운드급으로, 지난해 6월 사용된 GBU-57보다는 위력이 작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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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지역의 작전을 통솔하는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이 언론을 상대로 작전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AFP] |
미군의 이날 타격은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를 위해 동맹들에 군함을 파견해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단독 행동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대부분의 나토 동맹국으로부터 테러리스트 정권인 이란에 대한 우리의 군사작전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우리는 더 이상 나토 회원국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고 바라지도 않는다. 우리는 그런 적이 없다. 일본, 호주나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글에는 동맹 압박 카드가 통하지 않았다는 분노와 좌절감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SNS에 한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을 직접 거론하며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 16일에는 한국, 일본, 독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언급하며, 미국이 안보 확충에 도움을 줬으니 군함 파견으로 ‘보은’해야 한다는 논리를 들었다.
그러나 동맹국 대부분이 이에 난색을 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7일 오후 주재한 국방·안보회의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이 분쟁의 당사자가 아니다. 현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 작전에 절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영국은 더 큰 전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중국은 관영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원인은 해군 함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전쟁 때문”이라며 “누군가 이 지역에 불을 질러놓곤 이젠 전 세계에 불 끄는 비용을 분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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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워싱턴 D.C.에 있는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회의에서 조 켄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이 발언하는 모습. 켄트 국장은 17일 전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임했다.[AP] |
동맹 압박 카드가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내부 동력까지 상실하게 됐다. 미국의 대테러기관 수장이 이번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며 공개 비판한 것이다.
조 켄트 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은 이날 SNS에 “나는 양심상 이란에서 진행 중인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 이란은 우리나라에 즉각적 위협이 되지 않았으며, 우리가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미국 내 강력한 로비에 의한 압박 때문임이 분명하다”는 게시글을 올리며 사임을 알렸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 중 이란 전쟁에 반대해 직을 내던진 첫 사례다.
켄트 국장은 골수 트럼프 지지자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이번 전쟁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기존에도 마가(MAGA·미국 우선주의) 세력 내부에서 나왔던 전쟁 회의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테러 정책 수장이 전쟁에 반대하면서, 이번 전쟁을 대테러전으로 규정하려던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여러모로 이란 전쟁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군사 목표가 달성됐다고 판단되면, 이란의 ‘무조건 항복’ 여부와 상관없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공언해 왔다. 이날도 마이클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 종전 시점을 묻는 질문에 “아직 철수 준비는 되지 않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철수할 것”이라며 장기전 가능성은 일축했다.
외부의 관측은 이와 다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백악관 내부에서도 종전 시점과 방식을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백악관의 한 인사는 “우리는 전장에서 이란을 분명히 박살냈지만 지금은 이란이 상당 부분 주도권을 쥐고 있다”면서 “그들이 우리가 얼마나 오래 (전쟁에) 관여할지, 우리가 지상군을 보낼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