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압박→도움 필요 없다’는 트럼프…韓 ‘표정 관리’

청와대 입장 반복…“한미 간 긴밀소통”
전문가들 “타국 대처 보고 실리 취해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존 F. 케네디 기념 공연예술센터 이사회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호르무즈 해협에 각국 군함 파견을 요청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지원이 필요 없다’며 분노를 드러낸 가운데, 청와대와 외교부는 표정 관리에 나서고 있다. 파병 압박을 받은 미국의 다른 주요국들 또한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한미 간 소통 채널을 유지한 채 ‘관망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19일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 등 타국의 대응을 살펴보고 ‘실리 외교’를 취해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중동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고, 실제 파병 등 행동에 나서더라도 그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받을 확실한 이익을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18일 청와대는 이날 새벽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SNS 메시지와 관련해 “전과 같은 입장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군함 파견 요청에 대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언급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외교부 또한 “확인해 줄 수 없다”, “말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과 통화에서 파병 요청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요청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그런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외교부 당국자 또한 “구체적인 요청 접수 여부 등 외교 채널을 통한 소통 내용은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면서 “아마 각국 사정에 따라 검토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만 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당분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등 유럽마저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행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우리는)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하는지 일단 보면서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어떻게 하는지도 봐야 한다”면서 “일단 유럽이 (파병을) 다 거부했다. 그것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화됐다고 하는데, 우리도 (유럽 대응) 수준에 맞출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 위원은 “지금 우리가 괜히 군함을 보냈다가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동맹 관계 자체에도 부담이 된다”면서 “더군다나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의 관계가 국제적으로 인정 못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서 사람들이 ‘미국의 전쟁’이 아니고 ‘트럼프의 전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쟁의 정당성 여부를 따지기는 이미 시기가 지난 것 같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주의를 기반으로 행동하는 지도자이기 때문에 우리도 마찬가지로 ‘(미국과) 거래할 부분이 있느냐’를 중심으로 보면 더 답이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위원은 “(파병의 대가로) 무엇을 받을 수 있느냐를 (미국에) 물어봐야 한다”면서 “우리가 협력할 경우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살펴보는 등 실리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