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미래와 희망 없다” 육사 졸업생 법조인 되겠다며 소송…法 “전역 제한 합리적”[세상&]

의무복무 기간 중 전역 지원
전역 제한 되자 불복 소송내
A씨 “개인사유 고려하지 않아”
법원, 기각…“합리적 이유 있다”


법원 [헤럴드경제DB]


“군에 미래와 희망이 없음을 느꼈습니다. 군을 바꾸기 위해 민간사회에서 노력하겠습니다. 국제인도법(전쟁법)을 공부하며 대한민국 국가안보와 군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장기복무 장교 A씨가 제출한 전역지원서 中-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장기복무 장교로 임관한 A씨. 군인사법에 따르면 A씨는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해야 한다. 다만 임용 5년 차에 한 차례 전역을 지원할 수 있다.

5년차가 된 A씨는 “법조인으로 진로를 변경하겠다”며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그는 “복무 의지가 흔들리게 됐다”며 “군대에 보여주식 훈련과 불합리한 관행들이 너무도 많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에서 A씨의 전역을 제한하자 A씨는 법원에 소송을 냈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A씨 “상명하복 위계 질서에 큰 실망감”


2020년 육군 장교로 임관한 A씨는 이후 대위 계급으로 중대장을 맡아 복무하던 중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그는 지원서에서 군대 조직에 실망하게 됐다며 법조인으로 진로를 변경하겠다고 적었다.

그는 “사관생도 시절 법조인의 꿈을 갖게 됐다”며 “국제인도법 분야의 발전을 통해 전쟁이라는 무자비한 현실 속에서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소대장 시절 병사들에게 전쟁법을 교육할 필요성을 보고했으나 상급 지휘관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명하복의 위계 질서, 실전 전투에 관심 없는 상급 부대, 지휘관과의 갈등 등 큰 실망감을 갖게 됐다”며 “민간사회에서 군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 전역 후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적었다.

전역 심사위원회는 A씨의 전역 지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2월, A씨가 소속된 병과의 인력이 저조한 점, 사관학교 졸업생의 전역통제 비율 등을 고려해 A씨의 전역을 제한했다.

전역 제한 처분에 A씨는 지난해 7월, 불복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군 복무 과정에서 상급자들에게 가혹행위를 당해 복무의지가 흔들리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사유를 고려하지 않았으므로 전역 제한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 “전역 제한, 합리적 이유 있어”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전역 제한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이주영)는 지난 1월 말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 법원은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소송 비용도 A씨가 부담하도록 했다.

1심 재판부는 “사관학교는 정규 장교가 될 사람에 필요한 교육을 하기 위해 설치된 학교”라며 “사관생도는 준사관의 대우를 받고 졸업한 뒤 소위로 임명되는 등 혜택을 받는다”고 짚었다.

이어 “군인사법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사관학교를 졸업한 자에게 10년의 의무 복무기간을 두되 5년이 되는 해에 한 차례 전역을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역심사위원회가 A씨의 전역을 제한한 것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A씨 소속 병과는 인력운영률이 94.7%로 100%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12개의 병과 중 다섯 번째로 낮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전역제한 처분으로 A씨가 법조인으로 진로 변경에 차질을 빚는 등 상당한 불이익을 입게 된다”면서도 “병과별 적절한 인원 유지의 필요성, 사관학교 졸업자가 받는 혜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A씨의 불이익이 전역제한 처분을 통한 공익보다 더 크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 판결은 지난달 6일에 확정됐다. 1심 판결에 대해 A씨가 항소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