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보당국 “이란 정권, 약화됐지만 더 강경·대담해질 것…혁명수비대 영향력 확대”[디브리핑]

美 정보기관 전쟁 전 “정권 붕괴 가능성 낮아…오히려 더 대담해질 수도” 보고
“혁명수비대, 경제·정치·안보 등 장악…권력 핵심으로”
걸프 동맹국, 장기전 예상 못한 美에 불만 고조…“이스라엘 위한 전쟁에 우리가 타격”

지난 11일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 혁명수비대(IRGC) 지휘관 등을 위한 대규모 장례식에서 이란 시민들이 새로운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사진을 들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 정보당국이 2주 넘게 이어진 공습에도 불구하고 이란 정권이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정권은 약화됐지만 더 강경 노선을 걸을 가능성이 크며,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란을 연구하는 서방 관리들과 분석가들은 47년 동안 이어진 이슬람 공화국 체제가 단기간에 붕괴하거나 더 민주적인 정부가 등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전쟁 이후 작성된 미국 정보평가 보고서에서도 이란 정권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으며, 오히려 이란 지도부가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살아남았다”고 판단해 더욱 대담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이 사안에 정통한 두 명의 관계자는 WP에 익명을 전제로 이러한 평가 내용을 전했다.

한 정보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보기관으로부터 “매우 냉정한 보고”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공동으로 군사 작전을 시작하기 전부터 혁명수비대 권력 강화 가능성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시도할 가능성도 백악관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이는 단순히 예상 가능한 일이 아니라 이미 정보기관이 예측했던 시나리오였다”며 “대통령은 그 내용을 사전에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걸프 지역의 미국 아랍 동맹국들은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보복 공격의 표적이 되면서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

한 고위 아랍 관리는 “미국이 이스라엘을 위해 전쟁을 시작해 놓고 우리만 공격을 감당하게 됐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전쟁 직전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들에게 군사 충돌이 짧게 끝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제는 이란이 갈등을 장기화해 주변 국가들에 압박을 가하려 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장기전에 대한 계획이 없다”며 “가능한 한 빨리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이란의 보복 공격 빈도는 다소 줄었지만 공격 대상은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걸프 지역의 미 동맹국들은 자국 영토를 향하는 이란 드론을 격추하기 위해 공격 헬기와 전투기를 배치했지만, 이란 본토에 대한 공격은 자제하고 있다. 이란이 걸프 지역의 민간 인프라를 추가로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UPI]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이란의 보복 공격 범위가 예상보다 넓었다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이란이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쿠웨이트를 공격했다”며 “아무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는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맞서 싸웠다”고 말했다.

이란 내부에서는 걸프 국가들에 대한 보복 공격이 정권의 힘을 과시하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외교적 해결을 주장했던 이란 내 온건파 관리들은 신뢰를 잃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유럽 관리는 “이 정권은 이전보다 훨씬 더 급진적이고 강경해졌다”고 말했다.

전쟁 이전 국가정보위원회(NIC)가 작성한 비밀 정보평가에서도 미국이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더라도 이란의 군사·종교 지도 체제를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 난 바 있다. 1979년 혁명 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슬람 공화국을 보호하기 위해 창설한 혁명수비대는 최근 수십 년 동안 권력을 꾸준히 확대해 왔으며, 이란 경제의 광범위한 영역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오바마·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란 담당 고문을 지낸 리처드 네퓨 컬럼비아대 연구원은 “혁명수비대는 경제 권력과 정치권력, 국내 억압 장치를 모두 장악하고 있다”며 “현재 이란 권력 체제의 핵심 중심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쟁이 혁명수비대를 위축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결의를 강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직 미국 국가정보관 조너선 패니코프는 현재 이란에서 대중 봉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보이지 않으며, 정권 내부에서도 균열 조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무기를 가진 세력이 편을 바꾸거나 물러서야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각국에 혁명수비대를 더욱 고립시키도록 압박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모든 외교 공관에 전문을 보내 혁명수비대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도록 각국 정부에 촉구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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