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국회의원 2명 가능하다고? 재판소원 시사 양문석, 대혼돈의 법조계 [세상&]

‘11억 사기 대출’ 양문석, 징역 1년6개월·집유 3년 확정
재판소원 시사…“변호인단과 상의해 헌재 판단 받아볼 것”
가처분 위헌 논란…인용시 의원직 상실형 효력 일시 정지?
국회의원 2명 될 수 있다…경기 안산갑 재보궐은 어쩌나


양문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개정 헌법재판소법 시행 첫날이던 지난 12일 헌재에는 20건의 재판소원 사건이 접수됐다. 같은 날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된 양문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재판소원제 시행으로 현직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재판을 통해 해당 직에서 물러나게 된 경우 자칫 ‘한 지역구에 두 의원’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기 대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 온 양 전 의원은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 혐의로 기소된 양 전 의원의 상고심에서 특경법 위반 혐의에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심까지 벌금 150만원의 형을 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부분이 파기됐지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부분 확정으로 의원직이 상실됐다. 공직선거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사람은 피선거권을 가질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데, 양 전 의원은 피선거권이 박탈됨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하게 됐다. 양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경기 안산갑은 오는 6·3 지방선거 재보궐 지역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양 전 의원과 배우자 A씨는 지난 2020년 서울 서초구 소재 아파트를 31억 2000만원에 매수하면서 매수대금이 부족하자, 대학생이었던 자녀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사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새마을금고를 기망해 기업일반자금(운전) 11억원을 대출받아 편취했다는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다.

양 전 의원은 확정판결 직후 헌재에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선고 당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 “대법원 판결은 그 자체로 존중한다”면서도 “그러나 만약 대법원 판결에 우리 가족의 기본권을 간과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변호인단과 상의해 헌재의 판단을 받아보려 한다”고 적었다. 재판소원은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할 수 있다.

양 전 의원이 실제로 헌재에 재판소원을 청구한다고 해도 곧장 의원직 상실형의 효력이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 양 전 의원의 청구가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면 사전 심사단계에서 각하될 수도 있다. 또한 양 전 의원이 헌재에 확정판결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하더라도 의원직이 상실된 상태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헌재가 가처분을 인용하거나 본안을 판단해 확정판결에 대한 취소를 결정하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소원 후속 절차에 관한 사항들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해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판소원이나 가처분 결과에 따라 의원 신분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이를 어떤 주체가 판단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법률은 물론, 헌재와 법원 내부에도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헌재가 본안 판단에 앞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다면 헌재법에 따라 양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형의 효력은 일시적으로 정지된다. 헌재법은 가처분 관련 조항으로 ‘헌법소원심판의 청구를 받은 때에는 직권으로 또는 청구인의 신청에 따라 종국결정의 선고 시까지 심판 대상이 된 공권력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재판소원 도입과 함께 신설돼 12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최고법원인 대법원 확정판결의 효력을 헌재가 가처분으로 정지시키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가처분 인용에 따라 의원직 상실형의 효력이 정지된다고 했을 때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양 전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안산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수 있는지에 관한 논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6·3 지방선거에서 치러질 재보궐 국회의원 선거 지역구는 오는 4월 30일에 확정된다.

헌재가 재판취소 본안 사건을 심리한 끝에 대법원 확정판결을 취소할 경우 양 전 의원은 다시 법원의 재판을 받는 상태가 된다. 이에 따라 의원직 상실형도 효력을 잃게 된다. 헌재가 내린 재판취소 판단이 양 전 의원의 지역구에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 이후라면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이 2명인 상황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재판소원제 입법이 추진되는 과정에서부터 제기된 바 있다. 헌재는 재판취소 여부에 대한 결정만 내릴 뿐 후속 조치는 법원 재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인혁 헌재 사무처장은 재판소원 시행 이틀 전인 지난 10일 헌재 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약 적법요건 단계에서 각하된다면 걱정하는 것처럼 국회의원이 2명이 되는 상황을 상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보궐선거가 이뤄지고 재판소원이 인용되는 상황이 오면 다시 법적인 문제가 제기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누가 진정한 국회의원이 되느냐는 법적 분쟁이 되고 다시 헌재로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