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상호 작용하는 로봇 개발
로봇과의 관계, 인간에도 적용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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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낭만적인 편지를 써 주는 대필 작가로 일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아내와 별거 중인 채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테오도르. 그는 어느 날 상호작용이 가능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사만다’를 구매한다. 자기 말에 귀를 기울이며 이해해 주는 사만다로 인해 조금씩 행복을 되찾기 시작한 테오도르는 그녀에게 점점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2014년 개봉한 영화 ‘그녀(Her)’에서 주인공 테오도르는 목소리밖에 없는 AI 사만다를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처럼 사랑한다. 그러다 문득 대화에서 이상함을 느끼고 사만다에게 다른 사람들과도 상호작용을 하는지 묻는다. 사만다는 8316명의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고, 641명과 동시에 사랑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만다가 자신만의 연인이라고 생각했던 테오도르는 큰 충격과 환멸에 빠진다.
12년이 지난 지금, 영화 ‘그녀’의 이야기는 더 이상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 집에서는 로봇이 돌아다니며 청소하고, 회사에서는 생성형 AI를 업무에 이용한다.
과학 저술가 이브 헤롤드의 신간 ‘로봇, 그리고 로봇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로봇 기술의 발전 이후 사회적 동물인 인간과 로봇이 맺게 될 관계에 주목한다. 인간은 연결되고 싶어 하고, 소통하는 대상에 감정을 쏟기 때문에 우리의 삶에 들어온 로봇을 사랑하게 될 것이고, 어쩌면 이미 사랑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소통이 되지 않는 로봇에조차 인격을 부여하고 있다. 로봇청소기를 구매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로봇청소기에 성별을 부여하고, 3분의 1이 이름을 붙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물며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는 ‘소셜(Social, 사회적) 로봇’은 어떨까. 아기를 보살피는 로봇, 친구 로봇, 심리 치료 로봇, 돌봄 로봇, 연인 로봇 등이 인간과 대화하며 그들이 원하는 바를 제공하게 되면 인간은 로봇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소셜 로봇은 인간의 환상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전례 없는 위험성을 품고 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로봇을 상대하면서 생성된 습관은 사람을 대할 때도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말을 들어주도록 설계된 로봇과의 관계에 익숙해진 사람은 갈등이 동반될 수밖에 없는 다른 인간과의 관계에 적응하기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섹스 로봇 구매는 성매매와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특성을 지니고, 로봇을 상대로 한 비인간적인 관계에 익숙해진 남성은 인간 여성에게도 비인간적이고 기계적인 속성을 투사할 수 있다.
약자들이 로봇과의 관계에 수반된 부작용에 가장 심하게 영향을 받고, 장기적으로 더 고립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노인이나 아이는 자신을 돌보는 로봇을 사랑할 순 있지만, 로봇이 이들을 사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로봇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가족의 관심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효과도 발생한다.
로봇이 인간 사회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예상치도 못한 위기를 초래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로봇은 상호작용 기술이라는 형태로 사회성을 가공해 팔아먹는 기술이고, 그렇게 판매되는 사회성이 가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로봇은 인간의 사회적이고 감성적인 에너지를 받아 간 뒤 다른 지적 존재에게 연결시켜 주지 않고 다시 인간에게 반사한다.
현실의 인간보다 소셜 미디어의 봇과 더 많은 대화를 하는 사회에서 로봇은 우리의 외로움을 덜어줄 수 있을까. 로봇과 함께 살아가면서 인간성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는 로봇이 아닌 인간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로봇, 그리고 로봇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브 헤롤드 지음·김창규 옮김/현암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