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중수청법 반기 경찰 요구 일축…‘사건 이첩권, 통보 의무 반드시 필요’ [세상&]

경찰, 중수청법안에 줄곧 반대 입장
“사건 이첩권과 통보 의무 없애야”
정부는 일축, “중수청 취지에 부합”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청사.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정부가 중대범죄수사청법(중수청법)을 다시 입법 예고하는 과정에서 중수청이 다른 수사 기관에 사건을 넘겨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이첩권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중수청의 이첩권 등이 ‘수사 우선권’이라며 반대하는데, 과거 검찰-경찰의 상하구도가 재현하는 걸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12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정부 검토 보고서를 보면 경찰은 중수청법 정부안 일부 조문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대표적으로 반발하는 대목은 중수청의 ‘이첩요구권’과 타 수사기관의 중수청에 대한 ‘사건 통보 의무’ 등이다.

이첩권 가진 중수청 ‘선택적 수사’ 우려
정부는 “중대범죄 집중하려면 필요”


일단 재입법예고안에 담긴 이첩요구권은 중수청과 다른 수사 기관이 같은 범죄를 동시에 수사할 경우 중수청장이 이첩 요구(제44조 3항)를 하고 다른 수사 기관이 따르도록 한 조문이다. 경찰은 어느 수사 기관이 수사를 맡을지 판가름하는 상황이 잦아지면 현장 혼선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중수청이 선택적·정치적 수사를 조장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정부는 경찰의 주장을 기우라고 봤다. 정부는 “중대범죄 전담 수사 기관의 성공적인 안착과 신설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이첩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이첩권 미도입 시 중수청이 다수의 일반 고소 사건 처리에 치중하고 오히려 중대범죄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수행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검찰개혁의 상징인 중수청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경찰은 약 3만명의 수사인력을 갖추고 모든 범죄에 대해 수사할 수 있는 기본적인 수사 기관”이라며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으로 구성될 중수청에서 설립 취지에 맞게 중대 범죄 수사에 집중하려면 이첩권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수청장에 통보 의무도 경찰은 부담
정부, “수사기관 간 정보 공유 필수”


중수청법 재입법예고안에는 경찰 등 타 수사 기관이 중수청 관할의 범죄를 인지하면 중수청장에게 통보(제44조 2항)하도록 했다. 이른바 사건 통보 의무다.

경찰은 다른 수사 기관이 중수청 수사 영역과 겹치는 사건을 통보하도록 하는 것은 행정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수청이 맡게 될 ‘6대 범죄’는 연간 최소 5~6만 건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수사 대상에 해당하는 사건 수가 많아 행정력 가중과 효율성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단 것.

정부는 이 주장도 일축했다. 수사 기관은 입건을 위해 자기 기관 내부의 킥스(KICS·형사사법포털)에 입력한 사항을 중수청에 연계해 전송만 하면 되기에 “행정력 낭비 우려는 기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복수의 수사 기관이 현실화한 시점에서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중복 수사를 막기 위해선 기관 간 정보 공유가 필수”라고 했다.

영장 청구권 없는 중수청…‘영장 선착순’ 적용 안 돼


경찰은 중수청장이 이첩을 요구하더라도 영장 신청순으로 수사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중수청과 다른 수사 기관이 수사 경합을 벌이면 형사소송법상 영장 우선 신청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취지다. 형소법 197조 4항(수사의 경합)은 ‘검사의 영장 청구 전에 동일한 범죄 사실에 관해 경찰이 영장을 신청한 경우에는 경찰이 계속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정부는 “영장신청 순서를 따르면 수사 기관이 경쟁적으로 영장을 신청하는 식으로 운용될 수 있다”며 “불필요한 강제 수사의 남발로 인한 인권 침해와 사건 왜곡의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장 신청 등 강제수사 전에도 수사 기관을 신속히 확정해야만 사건 관계자의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 정부는 형소법에 규정된 영장신청 순 원칙에 대해 “검찰-경찰 관계에서 경찰이 영장을 검사에게 신청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감안해 정했던 기준”이라며 “경찰의 영장 신청 주체가 아닌 중수청에 이 기준을 적용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중수청은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사건을 자체 종결할 수 없다. 필요한 영장도 공소청 신청을 거쳐서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중수청의 수사 범위 등을 일부 수정한 정부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연합]


중수청·공소청 법안 마련 과정에 참여한 고위 정부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에 이첩권과 사건 통보는 “수사 관할을 설정해 교통 정리를 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일한 범죄에 대한 수사 기관들의 이중 수사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바로 내란 (수사) 때”라고 지적했다.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 이후 경찰과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서로 앞다투어 비상계엄 수사에 뛰어들었다. 당시 법원은 중복 수사를 문제 삼으며 각 수사기관이 군 장성과 군부대 등을 겨냥해 신청한 압수수색·통신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

중수청 수사영역 6대 범죄로 축소
경찰 출신 중수청장 가능성도 열려


한편 정부는 경찰과 여당 측 요구를 일부 반영한 재입법예고안을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국회에 넘겼다.

당초 정부안은 중수청을 부패·경제·내란·외환·마약·방위산업·선거·대형참사·공직자 등 9대 범죄를 수사하게 했으나 재입법예고안은 6대 범죄로 수사 범위를 축소했다. 선거와 대형참사, 공직자 범죄가 빠졌다.

재입법예고안은 중수청장 자격 요건에서 변호사 면허도 삭제했다. 법조인이 아니더라도 수사 업무에 15년 이상 임한 경력이 있으면 청장 자격이 있다고 규정했다. 경찰 출신이 중수청의 수장을 맡는 길도 열린 셈이다.

정부와 여당은 중수청·공소청 법안 관련 15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중수청과 공소청은 오는 10월 2일 검찰청 폐지와 함께 출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