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건설미수금 5000억 육박…전쟁 장기화에 ‘악성 채권’ 경고등

국토부 자료, 중동 미수금 전체의 70% 육박
이종욱 의원"정부 차원 회수 지원 강화해야"


이종욱 의원


[헤럴드경제(창원)=황상욱 기자] 중동발 정세 불안이 이어지면서 우리 건설사들이 현지 공사를 마치고도 받지 못한 ‘장기 미수금’이 50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전체 미수금의 절반 가까이가 5년 이상 묶인 ‘악성 채권’으로 확인돼 건설업계의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창원시 진해구)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1년 이상 회수하지 못한 공사 대금은 총 4억9492만 달러(약 7283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중동 및 인근 지역 미수금은 약 3억439만 달러(약 5061억원)로 집계됐다. 해외 전체 장기 미수금의 약 70%가 중동에 쏠린 셈이다. 국가별로는 이라크가 약 2억7544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전쟁 여파가 지속 중인 이란에서도 3339만 달러(약 491억원)의 대금이 묶여 있다.

주요 사례를 보면, 이란 정유공장 개선 공사(약 1297만 달러)와 국영 건설사 발주 정유시설 증설 프로젝트(약 1085만 달러) 등 대형 사업에서 각각 수백억 원대 미수금이 발생했다.

가장 큰 문제는 회수 가능성이 낮은 ‘악성 미수금’ 비중이다. 전체 미수금 중 5년 이상 받지 못한 금액은 2억1003만 달러(약 3090억원)로, 전체의 42.4%를 차지한다. 1000만 달러 이상 고액 미수 사업 대부분이 이라크·이란 등 정세가 불안정한 지역에 집중돼 회수 전망이 불투명하다.

국토부는 발주처의 재원 부족과 공기 연장에 따른 비용 분쟁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최근 이란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발주처의 지급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종욱 의원은 “해외 건설사업은 국가 간 정치·외교 상황에 따라 대금 회수 리스크가 급변한다”며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정부가 체계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실효성 있는 회수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