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다리 돌며 명패 수백개 훔쳐…신종 절도 기승, 이유가?

다리 250여곳서 구리 명패 800여개 도난
경찰, 40대 남성 체포·고물상 6명 입건


[MBC 보도화면 갈무리]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인적이 드문 시골 다리들만 돌면서 다리 입구에 붙은 명패를 수백개 뜯어내 훔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구릿값이 톤 당 1만 2000~1만 3000달러대로 치솟으면서 생겨난 신종 절도 사건이다.

[MBC 보도화면 갈무리]


11일 전남 장흥경찰서와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전남 장흥군 부산면 등 전라지역 250여곳 다리에서 800여개의 구리 명패가 사라졌다. 피해 지자체만 31곳, 명패 1개당 70만 원 정도로, 6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경찰이 피해 교량 인근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분석에 나선 결과, 40대 남성 A 씨가 1톤 트럭을 운전하며 다리를 건너는 척 하다 다시 돌아 와 교량 가까이로 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A 씨의 트럭이 지나간 일대 교량에선 입구에 부착돼 있던 구리 명패가 사라졌다.

경찰에 붙잡힌 A 씨는 초범이었다. 그러나 같은 교량에서도 CCTV가 비추는 방향의 교명 판은 범행 대상에서 제외하고, 훔친 명패를 화물차 적재함이 아닌 조수석에 싣는 방식으로 주변 의심을 피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구리 명패가 접착제로 붙어 있어 의외로 쉽게 떼어낼 수 있다는 점을 노려 범행을 감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리 명패는 다리 1곳당 최대 4개까지 달려있는데, 다리 1곳만 훔쳐도 무게 20kg의 동판을 획득할 수 있었다.

고물상들은 경찰 조사에 ‘지자체에서 의뢰받아 새로 교체를 하고 (헌 명패는)팔러 온 것이다’는 A 씨 말만 믿고 거래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를 절도 혐의로 조만간 검찰에 송치하고, 구리 명패를 사고판 고물상 관계자 6명도 업무상 과실 장물취득 등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구리 가격은 올해 1월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톤당 약 1만4000달러(2056만원) 수준으로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케이블 공장에 쌓여 있는 구리 전선. [로이터]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폭등하자, 전봇대 전선을 훔친 퇴직 배전공이 경찰에 붙잡힌 일도 있다.

전남 신안경찰서는 지난 6일 상습절도 혐의로 50대 B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B 씨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한 달여간 전남 신안과 무안, 해남 일대에서 42차례에 걸쳐 6000여만원 상당의 전봇대 전선을 훔친 혐의다.

그는 8년간 한국전력 협력업체 소속 배전공으로 일하며 전선 설치 등 관련 업무를 하다 최근 퇴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구리 가격은 올해 1월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톤당 약 1만4000달러(2056만원) 수준으로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