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도 표적될라” 입 꾹 다문 이란…하메네이 차남? 호메이니 손자? [나우, 어스]

미국의 폭격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잃은 이란에서 그의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후계자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이란이 차기 후계 구도나 지도자들의 안위에 대한 공식 언급을 삼가하며 세간의 분석이 분분한 가운데 미국의 공습으로 폭사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차남 모즈타바가 후계자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란이 차기 지도자군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은 후계자 후보군도 표적 공습의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이란 당국자 등을 인용해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헌법 기구인 전문가회의가 이날 회의를 열고 모즈타바를 차기 최고지도자로 선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전문가회의는 이날 두 차례에 걸쳐 화상 회의를 했고, 4일 오전 모즈타바를 후계자로 공식 발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올해 56세인 모즈타바는 정부의 공식 직함은 없지만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고 이란 혁명수비대(URGC)와 정보기관 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랫동안 후계자 후보로 거론됐고, 현 정국에서 IRGC가 모즈타바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란의 사법부 수장인 골람-호세인 모흐세니-에제이 대법원장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사망 이후 임시 지도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 역시 차기 후계자 후보군으로 꼽힌다.[게티이미지]

영국에 본부를 둔 반체제 매체인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날 모즈타바가 차기 지도자로 선출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모즈타바는 IRGC 등 내부의 지지는 단단하지만, 강경파라는 점에서 그가 선출되면 현재의 분쟁 정국은 장기화될 우려가 커진다. 사실상 하메네이 정권 기조를 고스란히 승계하는 셈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를 곱게 볼 리 없고, 모즈타바도 강경 대응을 고집해 대치 국면이 장기화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란은 헌법에 따라 88명의 고위 성직자로 구성된 전문가회의가 최고지도자 자리가 공석이 될 경우 새로운 최고지도자를 선출한다. 임시 기간 동안에는 대통령, 사법부 수장, 고위 성직자로 구성된 3인 위원회가 영구 후계자가 선출될 때까지 지도자의 직무를 수행한다.

하메네이 사망 이후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골람-호세인 모흐세니-에제이 사법부 수장(대법원장), 고위 성직자인 알리레자 아라피 헌법수호위원회 위원이 임시 단계를 감독하고 있다. 이들이 검토하는 후보군에는 하메네이의 비서실장 알리 아스가르 헤자지와 더불어 모흐세니-에제이 대법원장, 이란의 이슬람 혁명을 이끌었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손자인 하산 호메이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아라피 헌법수호위원회 위원도 거론되고 있다.

아라피는 고위 성직자이자 이슬람 법학자로 종교적 정통성이 강하다는 게 장점이다.

차기 이란 최고지도자 후보군 중 한명인 하산 호메이니는 온건파, 개혁파로 꼽힌다. 그는 이란의 이슬람 혁명을 이끌었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손자로, 성직자 그룹과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지지를 받고 있다.[게티이미지]

호메이니는 개혁파 성향으로, 조부의 후광 덕분에 고위성직자 그룹과 IRGC 내에서 지지세가 두텁다. 아라피와 호메이니는 온건파로 분류된다.

과도기 실권을 쥔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도 후보군의 한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메네이의 비서실장인 헤자지는 이스라엘이 최근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그의 사망 여부를 공개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다. 이란은 이 외에도 성직자 또는 후계자급의 사상자 명단을 공개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때문에 전문가회의 자체가 직접적으로 어느 정도 타격을 입었는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이 지도자 그룹의 사상 여부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것은 후계자까지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3일 전문가회의가 열리는 청사도 촉격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 대변인 에피 데프린은 “우리는 테러와 관련된 몇몇 표적을 타격했다”며 이란의 성지로 꼽히는 곰(Qom) 시의 전문가회의 청사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매체들은 공습 당시 해당 건물이 비어있어, 인명 피해는 없다고 보도했다.

정권 외부에서는 더 광범위한 정치적 재편이 일어나면, 과도기에나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야권 인사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란인민무자헤딘기구가 이끄는 망명 야권 단체 연합인 이란국민저항평의회의 당선인 마리암 라자비는 성직자 정권의 타도와 민주 공화국 수립을 주창하고 있다.

미국에 망명한 이란 마지막 샤(국왕)의 아들인 레자 팔레비는 이란을 민주주의 체제로 이끌 수 있는 잠재적인 과도기적 인물로 자신을 내세우고 있다.

두 인물 모두 국제적으로는 지지 세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란 내부에서의 실제 영향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팔레비에 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 내부 출신 누군가가 더 적절할 것 같다. 나는 그(팔레비)가 아주 좋은 사람 같다고 말했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면 현재 그곳에 있으면서 인기가 있는 누군가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며 과도기 리더로는 역부족이라는 뉘앙스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