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제주 ‘4·3 강경진압’ 故박진경 대령 유공자 등록 재심

유족이 아닌 양손자가 등록 신청한 점 문제
재심의 결정, 박 대령 유족에게도 이날 통보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제주시 오라동 산록도로 인근의 박진경 대령 추모비 앞에서 ‘바로 세운 진실’ 안내판 설치행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국가보훈부가 제주 4·3사건 당시 강경 진압을 주도한 고(故)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심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보훈부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후 자격·절차 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점을 고려해 관련 법령과 등록 절차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한편, 법률자문 결과를 바탕으로 절차적 하자를 보완하기 위해 사안을 원점에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대령은 1948년 5월 당시 제주에 주둔하고 있던 9연대장으로 부임해 도민에 대한 강경 진압 작전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4·3단체들로부터 양민 학살 책임자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이 일었고 이재명 대통령은 보훈부에 등록 취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보훈부는 박 대령의 유공자 등록 때 법률이 정한 유족이 아닌 양손자가 등록을 신청한 점 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재심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령의 양손자인 박철균 예비역 육군 준장이 지난해 10월 서울보훈지청에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해 승인됐는데, 절차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유공자 신청은 본인이나 법률이 정한 유족인 배우자, 자녀, 부모 등만 할 수 있다. 이 외의 친척 등이 신청할 경우에는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박 대령의 경우 심의 절차 없이 등록됐다.

그동안 무공수훈자 등록은 서훈 사실 및 범죄 여부 확인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으며, 박 대령의 경우에도 심의가 생략된 것이다.

보훈부 관계자는 “이 같은 재심의 결정은 처음”이라며 “재심의는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심의 결정은 박 대령 유족에게도 이날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이 가처분 신청 등 법적대응에 나설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권오을 보훈부장관은 “국가유공자가 갖는 상징성과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여 보다 신중하고, 공정한 등록체계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