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몰조항 없는 ‘무기한 핵합의’ 요구
미국이 이란과의 핵 협상을 하루 앞두고 이란의 자금줄을 겨냥한 추가 제재를 가하며 고강도 압박을 이어갔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란이 핵 보유 불가 원칙을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외교적 수단이 통하지 않을 경우 군사작전 선택지가 열려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또한 미국은 이란에 ‘일몰 조항’을 두지 않은, 무기한의 핵 합의를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미 행정부는 25일(현지시간) 이란 정권의 자금줄과 무기 공급체계를 겨냥한 제재를 추가했다. 재무부와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총 수억 달러 상당의 이란산 원유, 석유제품, 석유화학제품을 운송해 온 다수의 그림자 선단 선박과 그 소유주 또는 운영자를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그림자 선박은 국제 사회에서 제재 대상인 국가나 기업의 수출 물자를 몰래 실어나르는 암거래 선박을 발한다. 거래 장소와 물품 등이 당국에 신고한 것과 다르고, 일부의 경우에는 특정 국가의 스파이를 선원으로 위장해 이동을 돕기도 한다.
재무부와 국무부는 “이란 정권의 탄도미사일 및 첨단 재래식 무기 개발을 지원하는 이란,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에 기반을 둔 복수의 무기 조달 네트워크에 관여한 개인과 기관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알렸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란은 금융시스템을 악용해 불법 석유를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세탁해 자국의 핵 및 재래식 무기 프로그램에 필요한 부품을 조달하며, 테러 대리세력을 지원”한다며 제재 사유를 설명했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그림자 선단의 일원으로 이란산 석유와 석유제품을 운송하고 반정부 시위 탄압, 테러 대리세력 지원, 무기 프로그램 자금 조달에 동원되는 12개 선박과 소유·운영자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탄도미사일과 첨단 재래식 무기 생산 능력을 구축하는 데 사용하는 전구물질과 기계를 공급하고 무인항공기를 제3국으로 확산시키는 이란, 튀르키예, UAE의 9개 개인·기관도 제재했다.
제재 대상에 오른 곳은 개인부터 기관, 선박에 이르기까지 총 30개 이상이다. 이상이 올랐다. 제재 대상에 오른 기관과 개인은 미국 내 재산이 동결되고, 제재 대상자가 50% 이상의 지분을 가진 기관의 자산도 동결된다.
미국의 이번 제재는 그림자 선박을 통한 이란의 수출로를 차단하는 동시에, 이 자금으로 마련하는 무기 공급망도 끊어내겠다는 의도다. 재무부는 제재 대상과의 거래하는 곳에도 제재를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적시했다.
이번 제재는 미국과 이란의 3차 핵 협상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 양국은 오는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윗코프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협상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미국의 ‘핵무기 보유 불가’ 원칙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다. 아주 단순하다”며 “나는 이란 최고지도자와 그 체제의 모든 구성원이 이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어 “우리는 이를 명확히 밝혀왔으며, 군사력 없이도 좋은 해결책을 도출하길 희망한다. 하지만 우리가 군사력을 사용해야 한다면, 대통령은 그 권한 역시 갖고 있다”며 외교적 해법 이후 군사 작전에 대한 선택지가 열려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장외전’으로도 이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미국은 이란과의 핵 합의가 일몰 조항이 없는 무기한 유지 조항이 되야 한다는 입장이란 보도가 나왔다.
스티브 윗코프 특사는 지난 24일 비공개로 열린 친이스라엘 로비단체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행사에서 “우리는 이란과의 협상을 ‘일몰 조항이 없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고 밝혔다. 윗코프 특사는 “합의가 타결되든 아니든 우리의 기본 전제는 ‘당신들은 남은 생애 동안 계속 올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윗코프 특사는 현재 핵 협상의 2가지 핵심 쟁점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과 기존 농축 우라늄 비축분의 처리 문제라고 설명했다. 미 당국자들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내에서 ‘상징적’ 수준의 우라늄 농축은 허용할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