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ELS 판매 시 ‘손실부터 설명’ 제도 개선 추진

금감원 판매관행 개선 연구용역 결과 발표
고령자 가입 상품의 위험수준 1.65%P 하락
“ELB 등 위험수준 다른 상품 비교 제공해야”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피해자들이 2024년 3월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뉴시스]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때 소비자가 상품 위험을 명확하게 인지하기 쉽도록 손익그래프 대신 손실·이익을 분리하고 손실을 먼저 설명하는 그래프를 제시해야 한다는 정책 제언이 나왔다.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위험 수준이 다른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의 상품을 비교해 함께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금융감독원은 26일 전 업권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금융투자상품 판매관행 개선 세미나를 열고 이러한 제안이 담긴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한 뒤 이를 제도 개선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승주 서울대 교수는 행동경제학을 활용한 금감원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상품설명서 교부 등 형식적인 정보제공만으로는 소비자가 실제 투자위험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8~10월 중 시중은행 ELS 판매 점포 60곳을 방문한 소비자 2227명을 대상으로 ▷그래프를 개선한 추가설명서 ▷저위험 상품 비교표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실시됐다.

먼저 소비자에게 손실과 이익 그래프를 구분해 손실 관련 정보를 먼저 제시하고 그래프 축 스케일을 균일화하는 등 손실을 강조하는 방식의 설명서를 제공한 결과 65세 이상 고령자가 가입한 상품의 위험 수준이 1.65%포인트 하락했다.

그래프를 개선한 추가설명서 예시 [금융감독원 제공]


또한 손실 가능성이 낮은 채권형 상품과의 비교표를 제공한 결과 소비자가 가입한 1등급 이외 상품 개수가 14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 교수는 “금융사가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소비자 친화적 관점에서 설명 방식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범사업을 통해 소비자에게 손실 위험을 한층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결과 고령층의 고위험 투자가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설광호 KB국민은행 소비자보호부장은 영국 금융감독청(FCA)의 소비자 의무(Consumer Duty)를 벤치마킹한 소비자보호 강화 사례를 공유했다. FCA는 상품 개발·판매·사후관리 등 전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최선의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 금융사의 업무시스템 정비, 내부통제체계 구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원칙 중심의 규제 체계 전환은 글로벌 소비자보호 트렌드”라며 “소비자 권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소비자보호 패러다임을 정립하고 소비자보호 중심의 핵심성과지표(KPI) 설계, 상품위원회 및 소비자보호최고책임자(CCO) 역할 강화 등 내부통제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노영후 금감원 소비자보호감독총괄국 선임국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설명서가 소비자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살펴본 최초의 시범사업 결과”라며 “소비자 눈높이에 부합하는 판매 프로세스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소비자보호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현장에서 소비자와 접점을 이루고 있는 금융사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각 사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