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3법 처리 임박…위기감 커지는 법원

여당 주도 국회 본회의 통과 앞둬
대법, 법원장회의 대응방안 고심
법조계 “법원 통제하겠다는 소리”
법학계서도 고소·고발 남발 우려


조희대 대법원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과반 의석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이른바 ‘3대 사법개혁 법안(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임박하면서 법원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법원은 긴급하게 전국 법원장을 소집해 회의를 여는데,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이를 저지할 실질적 대응책이 없어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3개 법안에 대해 사법부는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법조계와 법학계에서도 일방 추진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특히 법왜곡죄와 관련해선 사법부와 검찰이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고, 규정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 25일 전국법원장회의 개최=조희대 대법원장은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출근길에서 취재진의 현안 관련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전국법원장회의가 예정된 만큼 말을 아끼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대법원은 이날 오후 2시 전국 법원장을 불러 긴급 회의를 열기로 했다. 전국법원장회의는 대법관인 법원행정처장을 의장으로 각급 법원장들이 모여 사법행정 현안을 논의하는 회의체로 매년 12월에 정기회의를 개최하는데, 필요한 경우 임시회의를 연다. 이날 회의는 사법개혁 3법안 관련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차원에서 긴급하게 마련됐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 안에 사법개혁 3법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 3가지 법안은 판·검사가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해 당사지 일방을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드는 경우 등에 대해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법왜곡죄), 법원 판결을 헌법재판소 심사 대상에 포함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 현재 14명(대법원장 포함)인 대법관을 26명으로 12명 늘리는 대법관 증원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증원) 등이다.

▶“법원 통제하겠다는 메시지”…법관들 부글부글=사법부는 이 3가지 법안에 공식적인 반대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일선 법원 판사들의 비판 목소리도 거세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헤럴드경제에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법관의 최후 보루를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정치·자본권력이 법 왜곡죄·재판소원 등을 남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도 “법원을 통제하겠다는 메시지로 보인다”며 “판사의 고유 권한인 법 해석을 법 왜곡으로 몰아세운다면 사법부는 외풍에 더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조계·법학계서도 “우려 커…마지막까지 숙고하길”=법원 밖 법조계와 법학계에서도 사법개혁 3법안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이다. 특히 법왜곡죄에 관해선 규정의 모호성 및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다.

법관 출신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처벌 대상 행위가 구체적이지 않아 명확성의 원칙에 반할 우려가 크다”며 “어디까지를 왜곡으로 보고 어디까지를 법 해석의 영역으로 인정할 것인지 모호해 위헌의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판·검사들이 위축되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사법부의 독립과 준사법기관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위협받는다”고 밝혔다.

박재윤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수사·재판의 당사자가 정상적인 수사·재판에 대해 ‘법 왜곡죄’라고 호도하며 고소·고발을 남용할 것이 우려된다”며 “기존 판결과 다르게 판단하는 것 자체를 법 왜곡으로 호도한다면 사법부의 독립 자체가 위태롭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대법관 증원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김현 전 협회장은 “현 정권에서 지나치게 많은 대법관을 임명하면 대법원 구성의 중립과 균형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대법관 증원 등 전반적으로 이러한 법률을 왜, 지금 이 시점에 해야 하는지 의문이 크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여러 의견을 듣고 숙고할 것을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재판소원제 도입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의 반대 입장과 달리 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여당이 충분한 논의 수렴 과정 없이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법관 출신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판결도 헌법 심사 대상에서 제외될 순 없다”면서도 “재판소원이 남용되면 소송비용이 증가하는 등 국민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문제점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방지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 교수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동시에 인용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무익한 소송비용 증가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심사를 담당하게 되는 헌법재판소는 헌법적 의미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이에 대해 “조희대 대법원장이 자꾸 위헌 운운하는데 미안하지만 헌법재판소에 결정권이 있다. 더는 다른 소리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헌법에 대한 해석권은 조희대 대법원에 있는 게 아니라 헌재에 있다. 헌재는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안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