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국유기업, 러 동맹 벨로루시에 로켓탄 공장 수출 정황…전쟁 지원?

中군사무역기업, 122밀리 로켓탄 탄두 생산라인 설계·공급 계약
연 12만발 생산 목표…2026년 하반기 가동 계획
러시아 인증기관 관여 정황…러군 무기체계와 호환
中 “무기 지원 아냐” 부인 속 미·유럽 대중 압박 변수로


러시아의 다연장 로켓포 BM-21 그라트 [로이터]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중국 국유기업이 러시아의 핵심 동맹국인 벨로루시에 로켓탄 탄두 생산 공장을 수출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그간 러시아와 벨로루시에 대한 군사 지원을 부인해왔지만, 국영 군사무역기업이 직접 무기 생산 설비를 제공한 구체적 계약 내용이 드러나면서 미·유럽의 대중 압박이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커졌다.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중국 국유 군사무역기업인 중국전자진출구(CEIEC)는 2023년 12월 20일 벨로루시 국영 방산기업 정밀전기기계공장(ZTEM)과 122밀리 로켓탄 탄두 부품 생산라인을 설계·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베이징에서 체결됐으며, 이미 양측은 설비 건설을 위한 준비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문서에 따르면 벨로루시에 신설되는 생산라인은 트리니트로톨루엔(TNT) 등 고성능 화약을 탄두에 충전하는 핵심 공정을 담당한다. 연간 생산량은 최대 12만발로 설정됐고, 2026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약 금액은 2680만달러 상당으로, 결제는 위안화로 이뤄진다. 설비와 원자재, 기술 문서 제공은 물론 벨로루시 기술진 15명을 대상으로 한 중국 내 1개월 기술 연수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체결 후 26개월 내 이행이 완료되는 구조로, 초기에는 중국 측 전문가가 벨로루시 공장에서 시제품 500발 생산에 직접 참여한 뒤 이후 생산 과정에서는 현지 인력을 감독하는 방식이 계획돼 있다. 관련 회의록에는 2026년 3월 설비 설치를 시작해 7월 완공·가동한다는 일정도 명시돼 있다.

생산되는 탄두 부품은 러시아 수출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 ZTEM은 2023년 10월 러시아 인증기관의 심사를 거쳐 122밀리 로켓탄용 기폭장치 운반 케이스에 대한 적합 인증을 취득했다. 해당 규격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량 사용 중인 다연장로켓포 ‘BM-21 그라트’와 호환된다.

CEIEC는 과거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권위주의 국가에 대한 군사기술 지원으로도 알려져 있다.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는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기도 했다. CEIEC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닛케이의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고, ZTEM 측도 “특수 생산 시설로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벨로루시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대규모 군수 물자를 공급해온 국가다. 이번에 생산될 122밀리 로켓탄은 사거리 약 20km로, 러시아군이 정확도는 낮지만 대량 투입으로 진지를 제압하는 데 활용해온 무기다. 민간 지역 오폭 위험과 인명 피해가 크다는 점에서 국제사회 비판도 이어져 왔다.

영국 왕립방위안보연구소(RUSI)는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122밀리 로켓탄 생산량이 연간 50만발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벨로루시 신규 공장이 전량 러시아에 공급될 경우, 러시아 연간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게 된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러시아 침략을 지원하는 벨로루시 기업과 관련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왔다. 중국은 러시아에 수출하는 물자는 민생용이며 무기 공급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영기업이 무기 생산 설비를 직접 수출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이러한 해명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방중을 앞두고 경제적 ‘거래’를 중시하는 기조를 보이는 가운데, 유럽 정상들 역시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역할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이 러시아 전쟁 수행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미·유럽의 대중 여론과 정책 기조는 한층 더 경직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