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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다만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 않고…”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 지귀연)는 지난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양형 이유로 이 같이 밝혔다. 검찰의 공소사실은 12·3 비상계엄이 장기독재 목적으로 오래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됐다는 것이었으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
이유는 ‘노상원 수첩’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자필로 작성한 70페이지 분량의 이 수첩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정치적 반대파의 이름이 적시돼 있고, 체포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수거’라는 표현이 있었다.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적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불러준 것을 급히 받아적은 듯한 내용이나 표현도 많았다.
특히 주목된 것은 이 수첩의 작성 시점이다. 수첩에는 ‘여인형’, ‘박안수’ 등 계엄 핵심 인물의 이름이 기재돼 있었는데, 실제 2023년 10월께 단행된 군사령관 인사에서 해당 인물들이 승진 등으로 자리를 옮긴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12·3 비상계엄이 일어나기 14개월 전인 2023년 10월 이전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하기 위해 노상원 수첩이 작성됐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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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제공] |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찰 또는 특검팀의 주장은) 막연하고 추상적일뿐더러 곽종근, 이진우도 육군특수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각각 보직됐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재가 없는 것에 대해선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수첩이 허술하게 보관된 점도 지적됐다. 수첩은 경찰이 노 전 사령관 모친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던 중에 책상 위에서 발견됐다. 재판부는 “수첩은 계엄 선포 1년 전부터 이를 준비하고 계획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수사기관에서 발견하기 쉬운 모친 주거지 책상 위에 그대로 두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수첩의 모양, 형상, 필기 형태, 내용 등이 조악하다는 점도 수첩의 신빙성을 배척한 이유로 언급됐다.
노상원 수첩 내용 등을 토대로 윤 전 대통령 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023년 12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대통령 관저나 삼청동 안가, 경호처장 공관 등으로 주요 군사령관들을 여러 차례 불러들여 계엄을 모의했다는 공소사실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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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공판 TV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연합] |
이는 내란이 장기간에 걸쳐 치밀하게 계획됐다는 검찰의 주장을 무너뜨린 결정타가 됐다.
재판부는 “대국민담화 및 포고령 내용, 김용현, 여인형, 곽종근, 이진우 등의 진술을 종합해보면 ‘야당(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점한 국회가 무리한 탄핵소추 시도, 일방적인 예산안 삭감 시도 등 대통령과 정부의 활동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는 생각에 점차 지나치게 집착해 적어도 2024년 12월 1일 무렵에는 ‘더는 참을 수 없다.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이 사건 실체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검사는 윤석열이 2024년 12월이 아니라 약 1년 전부터 국회를 제압해 장기독재를 하려는 의도를 갖고 내외적 여건을 조성하다가 여의치 않자 이 사건 비상계엄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나 그러한 경위 및 과정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