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도시가 경제를 부른다”…이수연 경제실장의 새해 화두 ‘바이오필리아 서울’

바이오필리아 인간이 본능적으로 자연과 연결 추구한다는 개념이다. 자연과 접촉할 때 인간은 경외감·경이로움·평온함 느끼며, 이는 삶의 질과 직결된다는 것 핵심... 기업 입지 경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 시사


이수연 서울시 경제정책실장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Edward O. Wilson이 1984년 저서에서 대중화한 개념 ‘바이오필리아(Biophilia)’.

“살아있는 생명은 다른 살아있는 생명에게 자연스럽게 이끌린다”는 이 철학적 명제가 서울시 정책과 경제 전략의 키워드로 다시 소환됐다.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을 마치고 최근 경제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수연 실장이 새해 단상에서 꺼내 든 화두는 다름 아닌 ‘자연’이었다.

도시 경쟁력이 단순한 규제 완화나 재정 인센티브가 아니라, 사람이 머물고 싶어 하는 도시의 매력에서 출발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정원도시 서울’, 철학에서 정책으로

바이오필리아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자연과의 연결을 추구한다는 개념이다. 자연과 접촉할 때 인간은 경외감·경이로움·평온함을 느끼며, 이는 삶의 질과 직결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시는 이 철학을 도시정책으로 구현했다. 이른바 ‘정원도시 서울’이다. 도심 인공구조물 속에 녹지를 결합하고, 거리와 광장, 공원에 생활밀착형 정원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이는 단순한 조경 사업이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과 시민 행복을 동시에 겨냥한 도시 구조 개편 시도였다.

이 실장은 2년간 정원도시국을 이끌며 정책의 초기 토대를 다졌다. 도심 곳곳의 녹지 확충, 사계절 정원화 전략, 시민 참여형 정원 조성 등이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그는 “정원도시 정책은 도시 미관을 넘어 기후변화 대응과 시민의 일상 행복을 동시에 추구한 정책”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경제실장으로의 이동…“인센티브 없는 서울의 고민”

그러나 자리를 옮긴 경제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기업과 인재를 서울로 유치해야 하지만, 수도권 규제라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세제나 입지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해외 사례를 언급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 직원들이 뉴욕 등 다른 도시에 거주하면서 주 2~3일만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업 입지 경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은 세제 혜택만이 아니라, ‘살고 싶은 도시’인지 여부를 본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도시가 경제의 토대”

이 실장은 현장에서 투자자들을 만나며 한 가지를 체감했다고 한다.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문화 콘텐츠가 흐르는 도시라는 이미지가 서울 투자 유치에 분명히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정원도시 정책이 단순한 환경·미관 정책이 아니라, 서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경제 인프라라는 인식이다.

도시 경쟁력은 ▲주거 만족도 ▲문화 인프라 ▲환경 쾌적성 ▲글로벌 이미지와 직결된다.

결국 ‘도시의 매력’이 인재를 끌어들이고, 인재가 기업을 부르며, 기업이 경제를 키운다는 구조다.

이 실장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정원도시에서 다진 ‘도시 매력 자산’을 경제 정책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2025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 오세훈 시장(가운데)과 이수연 정원도시국장(오른쪽)이 얘기를 나누며 현장을 걷고 있다.


‘그린 브랜딩’에서 ‘경제 전략’으로

서울은 글로벌 도시 경쟁 속에서 뉴욕·런던·싱가포르와 경쟁해야 한다. 단순한 산업단지 확대나 세금 감면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수연 경제실장의 구상은 이 지점에서 주목된다.

정원도시 정책이 ‘환경 복지’를 넘어 도시 브랜드 전략이자 경제 전략의 출발점이 된다는 관점이다.

2년간 정원도시국을 이끈 경험은 그에게 정책 실행력과 조직 동력을 안겼다. 이제 과제는 그 성과를 경제 성장의 엔진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새해 메시지의 의미

이 실장의 새해 단상은 단순한 감성적 수사가 아니다.

이는 서울시 정책의 방향성이 ‘개발 중심’에서 ‘매력 중심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일 수 있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도시가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된다.”

정원에서 시작된 철학이 경제 정책의 언어로 번지고 있다.

서울의 다음 성장 전략은, 어쩌면 나무 한 그루에서 출발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