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이유 제각각…단약 설계도 마찬가지
‘전과 낙인’ 사회 복귀 가로박는 거대한 벽
“중독, 치료할 수 있는 질병으로 바라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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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서 마약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곽민정 고려대학교 두뇌동기연구소 연구교수는 “중독 행위 자체가 아닌 한 사람의 진정한 치유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 복귀도 중독 회복의 일부”라며 회복자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이 더 촘촘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곽 교수를 만났다.
▶마약 ‘늪’ 빠지게 한 트라우마 찾기부터=곽 교수는 서울남부구치소,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청주여자교도소 같은 교정시설에서 마약류 투약자들을 만난다. 그의 역할은 주로 중독재활교육, 미술치료와 개인면담이다. 활동을 하다보면 숨겨졌던 투약자들의 트라우마가 드러난다. 개인면담에선 발견한 트라우마 안에서 중독의 뿌리를 찾아 대화를 나눈다.
그는 “마약은 갈망을 일으키고 중독성이 매우 강하기에 왜 투약했는지에 대한 개인의 심리적인 통찰과 이해 없이 마냥 단약에 대한 의지만으론 다시 무너지기 쉽다”며 “단약을 시도했던 분들이나 회복자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본인 삶의 ‘바닥’에서 왜 약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중독에 빠지게 된 이유가 다 다르니, 중독에서 벗어날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곽 교수는 “어떤 사람은 가족 불화 때문에 약으로 도피했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돈벌이 수단을 찾다가 약을 한다”면서 “맞춤화된 단약 설계를 하려면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하고 개인별 일대일 상담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2015년부터 중독을 연구해 온 곽 교수는 2024년 1월부터 교정시설 교육에 나섰다. 그는 “처음엔 학위와 자격증이 무력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마약을 한 수용자들에겐 마약을 해본 적 없는 그가 치료를 하겠다니 ‘당신이 진정으로 이해 할 수 있냐’ 하는 태도를 보였던 것.
그는 “나는 투약자가 아니기에 약을 했을 때의 감정이나 신체 반응을 아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면서 “그러나 ‘당신이 우리를 이해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궁극적으로 ‘당신에게 이해받고 싶다’는 역설적인 바람을 담고 있는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중독을 헤쳐갈 여정까지 이해하고 돕겠다는 자세로 재소자들을 만났다. 그렇게 해야 ‘꼭 약을 했던 사람들끼리만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건 아니구나’ 하는 확장된 이해도 생길 수 있다고 믿었다.
▶징역 살고 나가면 끝…중독자 관리 체계 마련해야=지금까지 수십명의 재소자들을 만나 상담했다. 종합해 보니 ①관계 안에서의 회복 ②경제적 뒷받침이 마약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2가지 핵심 조건이라고 했다. 가족 또는 지지해주는 사회적 관계 안에서 생활하는 등의 회복할 수 있는 환경에 있어야 다시 약에 손을 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단 것이다. 출소 후 먹고사는 문제에 시달리지 않는 것도 단약에 중요한 조건이다.
하지만 현실은 마약 전과를 갖고서는 취업이 어렵다. “정상적인 구직이 어려운 내담자를 보면 ‘이러니 다시 약을 팔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겠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라며 “경제적으로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했다.
마약 회복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낙인이다. 곽 교수는 “선입견 때문에 사회적 지지 기반을 쌓는데 제약이 생기고 인간관계 확장이 어려워지기도 한다”고 했다.
정부 부처 칸막이로 정보 공유가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 중인 마약류 오남용·중독 관련 상담, 각 지방자치단체의 중독관리센터 등 회복자 지원에 대한 정보는 흩어져 있고 접근성도 좋지 않다. 곽 교수는 “필요할 때 어디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한눈에 들어오도록 ‘원스톱’으로 제공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회복자 조력을 위해 출소 전후로 연계된 시스템도 아직은 없다. 곽 교수는 “출소한 후 단 몇 개월이라도 이들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며 “출소와 동시에 정부의 역할이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약물 중독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내담자 중에는 다이어트약을 시작으로 마약에 손을 대거나 가족이나 친구의 권유에 속아 처음 투약한 경우도 있다. 의지와 상관없이 중독의 덫에 걸린 것. 그는 “이들은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과 원망이 어마어마하다”고 설명했다.
박준규·김아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