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산불 진화율 60%→23%…송전탑·강풍에 공중진화 막혀

오전 11시 33분 국가동원령, 진화율 67%로 회복
기상·불길 방향을 예의주시…지상 진화 보강 방침


8일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입천리에서 소방대원들이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산불의 진화율이 한때 급격히 하락하며 강풍과 송전 설비로 인한 공중 진화의 한계가 드러났다.

8일 산림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40분께 경주시 문무대왕면 입천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율은 이날 오전 6시 30분 기준 60%를 기록했다가 정오 기준 23%로 급락했다.

산림·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일대에 산불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해 뜨는 시각인 오전 7시 16분부터 헬기 31대를 투입했다. 하지만 상황은 더 악화됐다. 10㏊에 그치던 산불영향 구역은 42㏊로 늘었다. 잔여 화선도 1.74㎞에서 2.74㎞로 늘었다.

진화율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은 강풍과 송전탑이다. 현장에는 평균 풍속 초속 7.6m 안팎의 북서풍이 불며 불길이 능선과 계곡을 따라 빠르게 이동했다. 바람은 불씨를 날려 새로운 화선을 만들고, 이미 진화가 이뤄진 구간에서도 재발화를 유발했다. 공중 진화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화선 일부 구간을 따라 고압 송전탑이 있었다. 헬기가 근접 비행하며 물을 뿌리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소방 관계자는 “불길이 송전탑 라인을 따라 바람을 타고 진행하고 있다”며 “헬기가 접근하지 못하는 구간이 생기면서 공중 진화가 사실상 제한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헬기가 송전탑 상공에서 물을 투하해도 강풍과 고도 탓에 물이 흩뿌려지면서 진화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송전탑이 만든 구조적 제약으로 지상 인력 대응이 불가피해졌지만, 급경사와 수목 밀집 지역이 많아 진화 속도는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날부터 경주에서 잇따라 발생한 산불 2건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소방관 2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1명은 불티가 눈에 튀었고, 또 다른 1명은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소방청은 이날 오전 11시 33분 국가동원령을 발령했다. 한때 23%까지 떨어졌던 진화율은 국가동원령 발령 이후인 오후 2시 기준 67%로 회복됐다. 산불영향 구역은 52㏊다. 전체 화선 길이 3.54㎞ 중 2.39㎞가 진화됐다.

산림·소방 당국은 기상 상황과 불길 진행 방향을 예의주시하며 송전탑 인접 구간에 대한 지상 진화와 방화선 보강을 이어갈 방침이다.

8일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입천리의 야산이 산불 연기로 덮여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