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사용 금지? 불법 우회할 것”…‘청소년 규제’ 학생들에게 직접 들어보니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청소년 12인 ‘SNS 규제’ 간담회
SNS의 장점과 단점 공유…규제 방안 의견 제시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5일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된 ‘함께 만들어가는 아동청소년 SNS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방미통위 제공]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우리나라가 청소년 흡연을 금지하고 있잖아요. 저는 SNS가 담배와 같이 ‘백해무익’ 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호주의 청소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 금지의 여파가 거세다. 스페인과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도 14~16세 미만의 SNS 이용 금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중독과 유해 콘텐츠 노출 등 무분별한 SNS 사용으로 청소년들이 마주할 수 있는 각종 위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들의 SNS 규제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70% 이상이 SNS를 쓰고 있고, 그 중 절반은 ‘매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SNS 중독과 과잉 사용 문제는 결코 남의 나라 문제만이 아니다.

자신들의 SNS 사용 규제 논의에 대해 청잭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5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주재한 ‘함께 만들어가는 아동·청소년 SNS 정책 간담회’에서는 김종철 방미통위원장과 ‘청소년특별위원회’, ‘대한민국 청소년기자단’ 소속 청소년이 함께 SNS 이용에 대한 실제 경험과 생각, 장·단점, 그리고 이용 환경 개선 방안 등이 자유롭게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의 문을 열며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와 함께 자란 청소년에게 SNS는 의사 소통과 정보 공유를 위한 중요한 수단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이기도 하지만 또 스스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기본권을 향유하는 주체로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여섯번째)이 5일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된 ‘함께 만들어가는 아동청소년 SNS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중고등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방미통위 제공]

간담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은 짧게는 하루 1∼2시간부터 길게는 4∼5시간 SNS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중학교 3학년 오 모양은 “가장 자주 쓰는 SNS는 인스타그램과 카카오톡”이라며 “주변 청소년 25명에게 직접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카톡 사용률은 95.8%, 인스타 79.2%, X는 37.5%를 기록했고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참석 청소년의 다수가 친구와의 소통, 정보 습득을 위해 SNS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습관적으로’ SNS를 본다고 이야기한 참가자도 있었다.

고2 임 모양은 “영상 길이가 대략 15초 내외인 숏폼을 보다 보니 자투리 시간에 최대한 많은 영상을 볼 수 있다. 도파민도 충전할 수 있고 정보를 짧은 시간에 많이 알게 되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중2 최 모군 역시 “당장 몇 시간자리 뉴스는 심리적 압박이 크지만, (숏폼을 통해) 사회 문제나 양질의 정보에 쉽게 도달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1 최 모군은 “유튜브 같은 SNS를 통해 국제 상황이나 전쟁 등 소식을 바로 들을 수 있다”고 했고 같은 학년 박 모양은 “몰랐던 친구를 맞팔로우하고 관심사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SNS가 가진 단점과 부정적 영향에 대한 의견도 공유했다.

중3 오 모양은 “‘좋아요’ 누르기를 통해 반복적으로 표시되는 알고리즘 현상은 특정 의견만 많이 노출해 의견 획일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영포티’ ‘틀딱’ 등 부정적 용어가 어린 세대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고2 김 모양은 “연예인 다이어트, 마른 몸 이미지가 일상인 인스타그램을 보다 보니 친구들이 언젠가부터 밥을 먹지 않고 응급실에 실려 간 경우도 있었다”고 했고 박 모군은 SNS 내의 혐오 발언이 젠더·세대·지역 갈등을 유발한다고 우려했다.

청소년들은 SNS가 자체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으로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청소년들이 직접 규제 마련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올바른 SNS 이용 교육 확대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특정 연령 이상에게 SNS 사용을 금지하는 ‘호주식’ 규제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가 많았다.

최근 모의 유엔 행사를 다녀온 고2 김 모양은 청소년 SNS 이용이 제한된 호주에서 당사자들의 반발이 심하고 불법적인 경로로 우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세심한 정책 마련을 주문했다. 중2 최 모군도 “청소년들은 부모들이 자녀의 시청을 제한하는 앱을 깔아도 어떻게든 뚫어서 유튜브를 본다”면서 “SNS를 완전 차단하면 우회해서 보는 방법이 당연히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무조건 SNS 사용을 차단하는 것보다는 사용 시간을 줄이도록 제도 개선을 해나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책 의제를 모아 청소년 당사자에게 찬반을 묻는 논의 방식 등을 통해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