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고정형 필기구 필요’ 의견제시
수용자 방어권 보장 방식 전환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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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 내 피고인석 [연합] |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앞으로는 교정시설 수용자도 법정에 나와 변론과 증거 내용을 직접 기록할 수 있도록 피고인석에 필기구를 상시 비치하는 방안이 공식 검토 대상에 올랐다. 그간 수용자는 재판정에서 ‘필기 금지’가 원칙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달 5일 법원행정처장에게 수용자인 피고인이 재판 중 핵심 내용을 메모할 수 있도록 피고인석에 부드러운 재질의 필기구를 고정형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2일 밝혔다. 그동안 안전 문제를 이유로 사실상 제한돼 온 수용자의 재판 중 필기 관행에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한 구치소 수용자는 “재판에 출석하면서 볼펜을 지참하지 못해 변론 내용을 기록하지 못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필기구가 자칫 흉기로 악용될 수 있어서 그간 수용자의 볼펜 지참을 제한해 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법정이나 교정시설 내에서 볼펜을 이용한 폭행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인권위는 해당 사건에서 교정기관의 조치가 위법하거나 방어권을 직접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진정은 기각했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의 필기는 피고인이 사건의 쟁점을 이해하고 중요한 내용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만큼 방어권 보장의 유효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수용자가 교도관을 통해 필기구를 빌려 쓰는 방식은 교도관의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있고 관리·회수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하면 오히려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개인이 필기구를 소지하기보다는 아예 법정 피고인석에 고정형 필기구를 설치하는 게 피고의 방어권과 재판 안전을 충족하는 대안이라고 봤다.
실제로 일부 법원에서는 이미 피고인석에 고정형 볼펜을 비치하거나 수용자의 요청에 따라 법원 경위나 교도관을 통해 필기구를 제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