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내서라도 투자”…신용융자 30조 첫 돌파

신용거래융자 잔고 한달새 3조 ↑
예탁금·활동계좌도 사상최대 수준
“반도체 호재…변동성 확대 유의”




코스피와 코스닥이 연일 불기둥 랠리를 이어가면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려는 이른바 ‘빚투’ 열기까지 고조되고 있다. ‘포모(FOMO·소외 공포)’ 현상이 극에 달하면서 자칫 무리해서 투자에 동참하는 ‘투자 광풍’으로 번질 우려도 제기된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빚투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0조925억원에 달했다. 코스피 신용잔고는 19조5923억원, 코스닥은 10조5002억원이었다. 지난해 말 27조원 초반대였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약 한달 만에 2조8060억원(10.28%)이나 급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으로, 간단히 말해 빚을 내 투자하는 금액을 의미한다.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6개월 전인 지난해 8월만 해도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1조원대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2월 5일 처음으로 27조원대를 넘어섰다. 이어 1개월여 만인 지난달 8일 28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30조원까지 넘어섰다.

증시 진입을 위한 일종의 ‘대기성 자금’으로 여겨지는 투자자 예탁금도 급증했다. 지난달 27일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지난달 29일 기준 103조3707억원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만 15조원이 넘게 불어났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넣어 둔 잔금의 총합이다.

국내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도 대폭 늘어 1억개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활동계좌는 예탁 자산이 10만원 이상이면서 최근 6개월간 한 번 이상 거래가 이뤄진 계좌를 뜻한다.

증권가에서는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금과 은 등 원자재 가격도 잇달아 급등하며 투자를 시도하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감이 커져 이제라도 투자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향후 불장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도 더해졌다. 정부가 증시 친화 정책 기조를 보이고 있고, 사실상 국내 증시를 주도하는 시총 1·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호황을 누리고 있어서다.

실제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반도체 사이클이 길어지고 있고, 고대역폭메모리(HBM),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 역시 폭증하고 있다. 이에 양사는 지난해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삼성전자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10.9% 증가한 333조6059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43조6011억원으로 33.2% 증가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은 97조1467억원, 영업이익은 47조2063억원이으로, 전년과 비교해 각각 46.8%, 101.2%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양사의 올해 실적이 더 좋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로 각각 496조원, 163조원을 제시했다. 신한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연간 추정 매출을 211조원, 영업이익 143조원으로 내다봤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익 개선과 증시 친화적인 정책 기조가 뒷받침되면서 당분간 주가 상승세가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된다”면서도 “단기간 주가 상승폭이 컸기 때문에 원화 약세 등 매크로 변수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