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자증’ 숨긴 남편, 아내 임신하자 “불륜녀” 모욕…친자 검사결과 ‘반전’

이혼.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임신 소식을 알린 뒤 불륜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공개적으로 모욕까지 당했다는 결혼 1년차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남편은 무정자증을 숨기고 결혼했는데, 알고 보니 남편의 ‘친자’로 확인됐다.

최근 방송된 YTN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는 강은하 로엘 법무법인 변호사가 출연해 임신 소식을 전했다가 남편으로부터 공개적인 모욕과 이혼 통보를 받았다는 A씨의 사연을 공개했다.

A씨에 따르면, 남편은 아내가 임신을 하자 이를 반기기는커녕 오히려 부정행위를 의심하며 이혼을 요구했다. 특히 남편은 식당에서 공개적으로 아내가 ‘불륜’이라고 주장하며 모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A씨는 “남편 외에 다른 남자를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기에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며 “결국 홀로 임신 기간을 버텨 아이를 낳았고, 출산 직후엔 유전자 검사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검사 결과 아이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생긴 친자로 확인됐다.

남편은 당초 자신이 무정자증인 만큼, A씨의 불륜을 확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남편은 결혼 전부터 무정자증임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A씨에게 알리지 않은 채 결혼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정자증 남편이 친자로 밝혀진 것은 의학적으로 무정자증이라도 고환 내 정자 추출술 등을 통해 임신이 가능한 경우가 있으며 드물게 자연임신 사례도 보고된 바 있기때문이다.

강 변호사는 “무정자증은 부부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유”라며 “만일 아내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될 경우, 사기에 의한 혼인 취소 소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혼인 과정에서 신뢰를 해쳤다고 볼 여지가 있고, 이후 임신을 이유로 아내를 불륜으로 몰아세운 행위 역시 정당한 의심이라기보다 책임 회피나 부당한 비난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시어머니도 A씨를 욕하고 이혼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강 변호사는 “이로 인해 A씨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시어머니도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남편이 식당에서 불특정 다수가 듣는 가운데 아내의 불륜을 단정하고 모욕한 것에 대해 “형법상 모욕죄,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임신중에는 신체적·정신적으로 모두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같은 표현이라도 피해자가 받았을 충격의 정도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어, 위법성이나 책임을 판단할 때 남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형사 고소를 제기하는데 반드시 녹음이나 영상 같은 직접적인 물증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식당 주변 손님의 증언, 사건 직후 아내가 보낸 문자, 병원 방문기록 등 모두 중요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모욕죄와 명예훼손 모두 친고죄로서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해야 한다. 이 기간을 넘기면 공소시효가 남아 있더라도 형사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이와 함께 A씨는 남편을 상대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유전자 검사 이후 남편은 “미안하다”며 용서를 구했지만, 사실관계도 명확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내 아이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부분은 양육권을 다툴 때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강 변호사는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