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환자 스스로 선택한 죽음, 이런 경우 보험금 받을 수 있을까?

조력사망 유럽 입법 가속화…캐나다 4% 선택
국내 찬성 76.3%…사회적 공감 분위기 커져
자살면책조항 적용 여부가 보험금 핵심 쟁점
생보·손보 보장 영향…고지의무 보완책 병행


세계적으로 조력사망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조력사망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76.3%에 달하는 만큼, 가입자 권리 보호와 보험업계의 혼선을 막기 위한 제도적 대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존엄한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 논의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사망 위험을 보장 대상으로 하는 보험산업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조력사망 찬성 여론이 76%를 넘어서는 등 사회적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보험업계의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연구원이 2일 발간한 KIRI 리포트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조력사망의 법적 정당성을 인정하는 입법·사법적 판단이 국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조력사망이란 말기 환자가 본인의 명확한 의사에 따라 의료진으로부터 약물을 처방받아 스스로 복용하거나, 의사의 직접 투여를 통해 생을 마감하는 의료적 지원을 말한다.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인 포르투갈은 대통령의 거듭된 거부권 행사에도 2023년 의회 재의결을 통해 조력사망을 입법화했다. 영국과 프랑스도 지난해 관련 법안이 하원을 통과해 현재 상원에서 심의 중이다. 캐나다에서는 이미 전체 사망자의 4.1%가 조력사망을 선택할 정도로 제도가 정착됐다.

국내에서도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이후 조력사망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서울대학교병원 조사에서 조력사망 찬성 여론은 2016년 약 50%에서 2021년 76.3%로 크게 상승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 수도 2025년 12월 기준 약 320만명을 넘어섰다. 현재 ‘조력존엄사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헌법재판소도 관련 입법부작위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다.

보고서는 조력사망 제도 도입 시 생명보험의 자살면책조항 적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된다고 분석했다. 일반 생명보험 계약에는 보험 개시 후 일정 기간 내 자살로 사망하면 보험금 지급을 제한하는 자살면책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조력사망 합법화 국가에서는 해당 사망을 자살이 아닌 ‘기저질환에 의한 자연사’로 분류해 보험금이 정상 지급되도록 하고 있다. 미국 오리건주는 법률에 이를 명시했고, 캐나다는 관련 지침을 통해 자살면책기간 적용 없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다만 스위스는 조력사망을 ‘비범죄화된 자살’로 분류해 일반 자살과 동일한 2년 면책기간을 적용하는 등 국가별 접근 방식은 다르다.

보고서는 조력사망이 생명보험뿐 아니라 손해보험회사의 질병보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명보험은 가입 후 2년이 지나면 자살도 보장하지만, 손해보험의 질병보험은 피보험자의 고의 사고를 원천적 면책 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가입 기간과 관계없이 자살 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조력사망 합법화는 사망 위험을 보장 대상으로 하는 보험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보험회사는 죽음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관련 입법 동향을 지속해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