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동료지원인 제도 유명무실’…쉼터·인력·교육 전면 손질 예고 [세상&]

복지부에 현실적 이행기반 요청


국가인권위원회. [뉴시스]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정신장애인 동료지원인제도가 도입 취지와 달리 24시간 위기 대응, 인력 확보, 당사자 중심 교육이 빠져 ‘이름만 있는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 30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정신장애인 동료지원인제도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이행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현재 입법예고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안이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할 경우 이름만 있는 제도로 형식화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동료지원인제도는 정신질환을 직접 겪고 회복한 당사자가 다른 정신장애인에게 상담·교육·일상 지원을 제공하는 제도다. 강제 입원과 의료 중심으로 운영돼 온 기존 정신건강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과 회복을 돕는 ‘당사자 주도’ 지원 모델로 평가된다.

하지만 인권위는 현재 시행규칙안이 이런 역할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우려는 위기 대응 공백이다. 시행규칙안에는 낮 시간대만 운영하는 ‘주간형 쉼터’가 새로 포함됐는데, 인권위는 이에 따라 24시간 긴급 보호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고 봤다. 정신적 위기 상황은 밤에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종일 운영되는 쉼터 확대와 상시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력 기준도 문제로 꼽았다. 동료지원쉼터에 최소 2명의 인력만 두도록 하는 현재 규칙안에 대해서 인권위는 “이 정도 인력으로는 교대 근무나 긴급 상황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동료지원인의 소진과 제도 지속성 저하를 우려했다.

동료지원인 양성 방식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육기관이 정신의료기관 중심으로 운영될 경우 당사자의 경험보다는 임상 지식 전달에 치우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교육 과정 전반에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주도적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동료지원인의 자격 요건과 결격 사유를 명확히 하고 ▷보수교육을 의무화해 서비스 품질을 관리하며 ▷감정노동 부담이 큰 특성을 고려해 고용 안정과 심리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권위는 ‘“동료지원인제도는 정신장애인을 단순한 치료·관리 대상이 아니라 회복과 선택의 주체로 바라보는 전환의 상징”이라며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비자의 입원 중심의 관행을 완화하고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