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서울 공급 5.6만호 막힌다? 정비사업 발묶은 ‘이주비 대출’ 대체 뭐길래 [세모금]

2017년 8.2부동산대책 때보다 더 강력
“이사 가야 공사하는데…사업 지연 우려↑”
강북 등 소규모 사업장이 타격 더 커
서울시 “이주비 대출=사업비용, LTV 올려야”


자양4동 재개발 현장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시]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1. 서울 강동구의 재건축 단지인 A아파트는 지난해 9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곳으로 조합원 5명 중 1명이 다주택자다. 이들은 지난해 발표된 6·27대책과 10·15대책에 따라 현 상황에서는 이주비 대출을 하나도 받을 수 없다. 이렇게 발이 묶인 조합원이 100명으로 조합은 이주 지연에 따른 공사비가 올라갈까 고심이 크다.

#2. 모아타운으로 사업을 진행 중인 중랑구의 한 구역은 총이주비가 711억원 가량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규제로 다주택자 91명이 이주비를 조달받을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공사 또한 지급보증을 거부해 조합은 사업 추진 위기를 겪고 있다.

서울시 “이주 앞둔 정비사업 39곳이 ‘사업 지연 위기’”


정부 규제로 인해 이주비 대출이 막히면서 서울시의 정비사업장들에서 사업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특성상 사람이 살던 곳에서 이주를 나간 후 철거와 착공이 이뤄지는데 이주가 미뤄지면공사를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에 올해 이주를 앞둔 재건축·재개발 현장 43곳 중 39곳(약 3만 가구)이 위기에 있다며 규제 완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신규 주택공급의 약90% 가량이 정비사업에서 나온다. 정비사업은 빈 택지에 집을 짓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세입자나 주민, 상인 등의 이주가 필수적이다. ‘새 집’이 지어질 때까지 조합원들은 시공사 등이 주선으로 금융권 대출을 활용해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내주거나 자신이 머무를 임시 거처를 마련한다.

서울 중구 신당9구역 재개발 현장을 둘러보는 오 시장의 모습. [헤럴드DB]


문제는 정부가 정부는 6·27, 10·15 대책 발표를 통해 1주택자 담보인정비율(LTV) 40%, 다주택자 LTV 0%, 대출한도 6억원의 대출규제를 적용하면서 발생했다. 사업장별로 다주택자 비중이 10~30% 내외인 경우 이 이주비 대출을 활용할 수 없어 보증금을 내어주기 못하거나 임시 거처를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어서다. 대출을 받기 위해 다주택자가 집을 처분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 정비사업 절차상 조합설립인가를 이미 받은 재건축 사업장과 관리처분인가 상태인 재개발 구역은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없어서다.

중랑구 면목동에 있는 한 모아타운 구역은 4개 조합 총 811명 중 1주택자가 515명(LTV 40%), 2주택자 이상 다주택자는 296명(LTV 0%, 대출 차단)이다. 35%가 넘는 높은 다주택자 비중에 시공사가 신용도 하락 우려를 이유로 들며 조합에 지급 보증 불가 입장을 통보했다.

“소규모 사업장 타격 더 심해…추가이주비 조달 어려워”


서울시는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이 같은 자금 조달난을 겪을 수 있는 사업장이 39곳(계획세대수, 3만1000호)이라고 밝혔다. 재개발·재건축이 24곳(2만6200호), 모아주택 등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이 15곳(4400호)에 달하며 대출규제 영향권을 벗어난 사업지는 시행일 전 관리처분인가를 완료한 3곳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이주비 융자를 승인받은 모아주택 1곳이 전부다.

특히 대출규제로 이주비용 증가를 호소하는 곳은 8곳(5900호), 비용증가 및 사업지연은 23곳(2만2000호), 사업이 멈출 위기인 곳은 4곳(1900호)에 달한다. 서울시는 강남권 등 대규모 정비사업지보다 모아주택 등 소규모 사업지들의 타격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권 조합은 기본이주비보다 1~2% 높은 금리에 추가이주비를 조달가능하지만 중소규모 사업장은 3~4% 이상을 더 감수해야 하는 구조라서다. 이들은 시공사로부터 추가 이주비 조달 확약을 받기가 어렵고 사업성 등이 상대적으로 낮아 조합과 시공사 간 협의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


최근 집값 상승세와 함께 실제 필요한 이주비의 절대 액수 및 금리가 높아진 점도 부담을 높인다. KB부동산 월간 주택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도 6억6948만원으로 1년 전(6억3267만원)보다 5.8%가 뛴 상태다. 실제 강남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원의 90%가 이주를 앞둔 상황에서 추가 이주비를 시공사와 협의 중이다. 추가 이주비를 합쳐도 인근 지역으로 가기에는 자금이 부족해 조합원들은 기존 자녀의 학군 등을 포기하고 타 지역으로의 이주를 고민하고 있다.

시공사의 추가 보증으로 추가이주비를 받는다 해도 고금리에 따른 이자부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조합은 향후 해당 비용을 분양가 등에 반영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분양가는 당초 계획보다 높아지는 또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서울 용산구 한강공원에서 바라본 서초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임세준 기자


과거 대출규제 때는 편법도 등장했지만…이번엔?


과거 대출 규제 당시에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편법들이 등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7년 8·2부동산 대책으로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의 이주비 대출이 대폭 축소(당시 1주택자는 LTV 40%, 2주택자는 30%)된 바 있다. 이에 조합원들끼리 서로의 전세 세입자로 전입하거나 제3의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자금을 마련하는 등의 방법이 거론됐다. 다만 현재는 전세난과 더불어 토지거래허가제 전면 시행에 따라 이주 가능 매물의 절대 수가 급감한 상태인 만큼 이 같은 꼼수도 쉽지 않다.

이 같은 혼란이 장기화할 경우 서울시는 올해 이주 예정구역 약40곳에 더해 내년 26개 구역까지 5만6000호가 넘는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이주비 대출’을 단순 가계대출이 아닌 주택 공급을 위한 ‘사업비용’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주비 LTV 70% 상향 등 대출 규제 조정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 중이다.

국토부는 추가 이주비 대출을 통해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김영국 국토교통부 주택공급추진본부장은 서울시의 대출규제 완화 촉구에 대해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더라도 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곳은 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개인 주택담보비율(LTV) 이외에 조합이나 시공사를 통해 받을 수 있는 것은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