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토속촌삼계탕’ 이름 딴 업체…법원 “1000만원 배상하라”[세상&]

A씨 업체 ‘엄마 토속촌삼계탕’으로 상호변경
토속촌삼계탕, A씨 업체 상대로 소송 제기
A씨 “고유명사이므로 배상 책임 없어” 주장
법원 “혼동 일으킨 것 맞아” 배상 책임 인정


서울 종로구의 토속촌삼계탕집 앞에서 사람들이 줄을 선 모습. 기사와 사진은 직접 관련 없음.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서울 종로구 소재 삼계탕집으로, 전직 대통령 단골집으로도 알려진 ‘토속촌삼계탕’이 다른 업체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다른 업체가 동일·유사한 상표를 사용해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고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62민사부(부장 이현석)는 토속촌삼계탕이 ‘엄마 토속촌삼계탕’을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 금지 및 상호사용 금지 등 소송에서 지난해 12월말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상표금지 가처분 신청…법원 “‘엄마 토속촌삼계탕’ 사용 안돼” 결정


토속촌삼계탕은 1983년부터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에서 영업 중인 삼계탕 음식점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사회 각계 유명 인사들의 단골집으로도 알려진 바 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토속촌삼계탕 상호를 둘러싼 살등은 2022년 12월께 불거졌다. A씨는 돌연 자신이 운영하던 삼계탕집 이름을 ‘엄마 토속촌삼계탕’으로 바꿨다. A씨는 상호 변경 후 가맹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붙이기도 했다.

토속촌삼계탕은 A씨를 상대로 “‘엄마 토속촌삼계탕’ 가게 이름을 쓰지 못하게 해달라”는 가처분을 먼저 신청했다. 법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 2023년 9월, 토속촌삼계탕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A씨 측에 대해 서울에서 한식 일반음식점 영업 상호로 토속촌삼계탕을 포함하는 상호 사용 금지 등을 명하는 결정을 했다.

당시 법원은 “‘엄마’를 제외하면 두 음식점의 상호가 완전히 동일할 뿐 아니라 외관, 호칭도 매우 유사하다”며 “삼계탕을 주메뉴로 취급하는 점까지 고려하면 A씨가 ‘엄마 토속촌삼계탕’ 상호를 사용하는 것은 일반 소비자들의 오인·혼동을 일으킨다”고 판단했다.

이후 A씨는 2024년 1월, 상호명을 변경했다.

법원 “소비자 오인·혼동 일으켰다…배상해야”


법원 [헤럴드경제DB]


토속촌삼계탕은 이후 2023년 11월 부정경쟁행위 금지 및 상호사용 금지 등 본안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토속촌삼계탕 측은 “A씨가 48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가 무단으로 상표를 사용한 기간의 매출액 총액(4억 8000만원)의 10%를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A씨 측에선 “상표가 유사하지 않다”며 “토속촌삼계탕은 고유명사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므로 배상 책임이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A씨가 토속촌삼계탕 측에 손해를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은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토속촌삼계탕은 2023년 10월 기준 방문자리뷰 7728건, 블로그리뷰 3602건이 게시됐다”며 “SNS에 14000건 이상의 게시물이 올라오는 등 일반 수요자를 대상으로 높은 인지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설문조사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2023년 6월 만 20~58세 남녀 5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7.6%가 ‘토속촌삼계탕의 영업표지를 알거나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며 “응답한 사람 중 토속촌삼계탕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중도 70.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또 “토속촌삼계탕은 2013년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2020년도(약 51억 원), 2021년도(약 49억원)를 제외하고는 연 평균 약 100억원 내지 120억원대의 매출을 올려왔다”며 “사회 각계의 유명인사들이 많이 이용하는 장소로 알려졌고, 주요 방송매체 및 신문매체 등을 통해 한국에 있는 대표적인 삼계탕 전문식당으로 기사화되기도 했으며, 각종 레스토랑 가이드북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점으로 선정되는 등 다양한 매체에서 다루어져왔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을 종합했을 때 “A씨가 고의 또는 과실로 일반 소비자들의 오인·혼동을 일으킨 게 맞다”며 “A씨가 운영한 식당을 토속촌삼계탕으로 잘못 알고 찾아가거 연락하는 등 혼동한 소비자들이 실제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내렸다.

법원, 손해배상액은 1000만원으로 제한


다만 법원은 토속촌삼계탕이 청구한 손해배상액 4800만원 중 1000만원 배상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 음식점 매출액의 전부를 해당 표장을 이용해 얻은 매출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며 “매출에서 영업표지가 기여한 정도를 산출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업주체 혼동행위로 인해 토속촌삼계탕의 매출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정확히 계량할만한 자료도 없다”며 “A씨의 이익이 전적으로 영업주체 혼동행위로 인한 결과로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음식의 품질, 직원들의 서비스 등 자신의 노력으로 인한 부분도 혼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손해액을 입증하는 것이 성질상 극히 곤란할 때는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해 타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며 “A씨가 한 부정경쟁행위의 목적과 경위, 주관적 인식, 기간, 분쟁 경위와 전개 양상, 손해의 성격, 당사자의 지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판결은 확정됐다. 1심 판결에 대해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