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셀프평가’ 20년만에 폐지…재정사업 성과, 외부·통합검증으로 전면 개편

기획처 ‘2026년 재정사업 성과관리 추진계획’
평가 결과, 예산에 직결…미반영 사유까지 공개
보조사업 전면 재점검, 연장평가 ‘3년→매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재정사업에 대한 기존의 부처·재정당국 이원화 평가 구조를 폐지하고, 관계부처 합동·외부전문가 중심의 ‘통합 재정사업 성과평가’를 새로 도입한다.

평가 결과는 예산 편성에 직접 연계되고, 감액이나 폐지 결정이 내려질 경우 그 사유까지 공개된다. 단순히 구조조정 규모를 늘리기보다는, 지출 조정의 과정과 근거를 투명하게 드러내겠다는 취지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의 모습 [뉴시스]


기획예산처는 2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6년 재정사업 성과관리 추진계획’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계획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매년 수립되는 성과관리 추진계획으로, 올해부터 즉시 적용된다.

현재 재정사업 평가는 각 부처가 자체적으로 성과를 평가한 뒤 이를 기획처가 확인·점검하는 방식이다. 형식적으로는 이중 구조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업 주관 부처의 자기평가에 크게 의존해 객관성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정책 설계와 집행을 담당한 부처가 동시에 성과를 평가하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평가가 관대해지는 경향도 누적됐다는 평가다.

이에 기획처는 올해부터 부처 자체평가를 전제로 한 구조 자체를 없애고 외부 시각에서 재정성과를 직접 검증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부처의 정책 특성과 의견은 평가 과정에서 반영하되, 평가의 출발점은 외부 통합평가단이 맡는 구조다.

새 통합평가는 15개 분야, 약 150명 규모의 외부 전문가 평가단이 중심이 된다. 고용·복지·산업·환경·국방 등 주요 재정 분야별로 전문성을 갖춘 평가위원이 참여하며 평가단의 약 10%는 시민사회 추천 인사로 구성된다.

평가 기준 역시 절차 준수 여부에 머물지 않고 ▷재정사업의 필요성 ▷사업계획과 집행의 적정성 ▷재정 투입 대비 성과 등 실질적인 지출 효율성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사업의 성격과 특성에 따라 단기 성과뿐 아니라 구조적 효과도 함께 살핀다는 방침이다.

통합평가 결과는 단순한 참고자료에 그치지 않고 예산 편성에 직접 연계된다. 사업은 정상 추진, 개선 필요, 감액, 폐지·통합 등으로 명확히 분류되며, 성과가 부실한 사업은 원칙적으로 예산 조정 대상이 된다. 취약계층 지원이나 의무지출 성격 등으로 감액이 곤란한 경우에는 사업운영비 조정 등 대체적인 페널티를 통해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부는 성과가 낮다는 이유로 기계적으로 감액하는 구조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사업 설계 미흡이나 재정 투입 부족이 원인일 경우에는 구조 개선이나 보완을 통해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성과가 우수한 사업은 증액 권고와 함께 차년도 평가 유예, 담당자 포상 등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평가 결과와 예산 조정 내역, 평가 결과가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경우의 사유서까지 ‘열린재정’ 포털을 통해 공개해 국민 감시 기능을 강화한다.

이번 개편에는 보조사업 연장평가 방식 변경도 포함됐다. 기존에 전체 보조사업의 3분의 1씩을 3년 주기로 평가하던 방식을 바꿔 평가 대상을 전체 보조사업으로 확대하고 평가 주기도 1년으로 단축한다. 다만, 평가 중복과 부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장평가는 새로 도입되는 통합 재정성과평가 체계 안에서 함께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별도 평가보고서 등으로 작성해 국회에 제출한다.

성과목표관리 제도도 손질한다. 하나의 재정사업 프로그램마다 대표 성과지표 하나로 성과를 관리하는 ‘1프로그램 1성과지표’ 원칙을 점검해 사업 특성에 맞지 않는 경우 세부사업별 지표를 보완하거나 프로그램 구조를 조정한다. 또 국회 예산심사에 필요한 핵심 성과정보를 중심으로 성과계획서를 개편할 방침이다.

정부가 이처럼 성과평가 구조를 바꾸는 배경에는 악화된 재정 여건이 있다. 의무지출과 미래 대비 투자는 늘어나는 반면, 성장 둔화로 세수 기반은 약화되면서 지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기획처 관계자는 이번 계획과 관련해 “성과관리 실효성을 높여 재정운용에 대한 환류를 강화하고, 성과정보 공개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서 “작년 예산에 대해서도 올해 바로 평가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