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캄보디아서 사기친 ‘룽거컴퍼니’ 일당 첫 실형…동남아 스캠단지 줄줄이 재판받는다 [세상&]

법원, 한국인 조직원 2명 징역형 선고
고수익 좇아 범죄 단체 가입·활동 혐의
검찰·피고인 양측, 1심 선고에 ‘항소’


태국 파타야를 근거지로 활동한 사기 범죄단체 ‘룽거컴퍼니’ 소속 조직원들의 단체 활동 사진. [서울경찰청 제공]


[헤럴드경제=전새날·이용경 기자] 캄보디아에서 태국으로 근거지를 옮겨 꾸려진 범죄단체 ‘룽거컴퍼니’ 소속으로 각종 사기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한국인 조직원들에 대해 첫 실형 선고가 나왔다.

조직에 가담한 조직원 2명에게는 각각 징역 11년과 징역 8년이 선고됐다. 지난 23일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강제 송환된 스캠 범죄 연루 한국인 피의자들 역시 비슷한 처벌을 받게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태국 룽거컴퍼니 조직원들에 ‘첫 실형’


26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1심 형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범죄단체가입·활동,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이모 씨에게 징역 1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죄단체 활동 관련 범죄수익 1000만원과 마약 매수대금 등을 포함한 총 1114만원을 함께 추징했다. 같은 조직에서 범죄를 저지른 40대 남성 김모 씨에게도 징역 8년이 선고됐다.

이들은 캄보디아 국경 지대에서 태국 파타야로 근거지를 옮겨 꾸려진 범죄단체 룽거컴퍼니의 조직원으로 파악됐다. 이 조직은 로맨스스캠팀·코인사기팀·노쇼사기팀·기관사칭사기팀을 두고 체계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태국 범죄조직 ‘룽거컴퍼니’의 조직원이 국내로 강제 송환되고 있는 모습.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제공]


경찰은 룽거컴퍼니가 2024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보이스피싱과 로맨스스캠을 막론하고 각종 사기 범행을 일삼으며 국내 피해자 878명으로부터 200억원 이상을 가로챈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경찰은 지난해 9월 조직원 36명 중 이씨와 김씨를 포함한 25명을 검거하고, 조직 총책 등 9명을 국제 공조를 통해 태국 현지에서 붙잡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5월 캄보디아 체류 중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월 500만원 이상 고수익 보장’이라는 구인 글을 통해 조직에 가입했다. 김씨 역시 ‘한 주에 400~500만원 고수익, 숙식 제공, TM(텔레마케팅)·채팅 치는 업무, 여자친구와 동반 입사 가능, 1인 1실’이라는 내용의 구인 게시글을 보고 조직에 합류했다.

당시 이들은 태국 파타야에서 피해자 A씨를 상대로 “복권 사이트에 당첨되지 않은 것을 보상해 고가에 매도할 수 있는 코인을 염가로 매수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속여 가짜 복권 사이트로 유인한 뒤 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씨는 룽거컴퍼니의 다른 조직원들과 공모해 피해자 206명으로부터 총 1305회에 걸쳐 약 62억원을, 김씨는 피해자 116명으로부터 총 648회에 걸쳐 약 25억원을 각각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피싱 범죄 사회적 폐해 커 엄벌 필요”


재판부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계획적·조직적으로 이뤄져 사회적 폐해가 매우 크다”며 “특히 국외에 기반을 둔 범죄단체의 경우 수사가 어렵고 범행이 장기화해 피해 규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엄벌할 필요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범죄단체의 목적을 인식한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해외로 이동해 가입했고 피해자를 속이는 역할을 수행해 범행 완성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며 “피해자 수와 피해 금액이 매우 크고 업무방해와 마약 범죄까지 저질러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조직 내에서 비교적 제한적인 역할을 맡았으며 가담 기간도 전체 범행 기간 중 일부에 그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남부지법 [연합]


재판부에 따르면 이씨와 김씨가 각각 범행에 가담한 기간은 44일, 23일 정도다. 약 10개월에 이르는 조직 전체 범행 기간 중 일부에 불과해 비교적 가담 기간이 짧았다는 설명이다.

앞서 이들 모두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한 검찰은 재판부의 1심 선고에 불복해 지난 21일 항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이씨와 김씨도 22~23일 연달아 항소장을 제출했다.

한편 경찰에 붙잡힌 룽거컴퍼니 소속 다른 조직원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계속되고 있다. 경찰과 검찰 등에 따르면 이들 사건은 주로 서울남부지법에 몰려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지난 19일 같은 법원 형사14부(이정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룽거컴퍼니 다른 조직원들에 대한 재판에서 팀장급 조직원에 징역 40년을, 나머지 두 명의 조직원에 각각 징역 35년과 징역 3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캄보디아에서 스캠(사기), 인질강도 등 범행을 저지른 한국인 범죄 조직원들이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돼 수사기관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


경찰은 동남아 스캠단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에는 캄보디아에서 스캠, 인질강도 등에 가담한 한국인 범죄 조직원 73명을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피의자들은 한국인 869명에게서 약 486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송환된 피의자 총 73명 모두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 중 72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현재까지 구속영장이 청구된 72명 중 이날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17명을 제외한 55명 전원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캄보디아 내 범죄단지 단속이 강화되면서 일부 범죄자들은 국경 인근 베트남이나 태국 등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엄정한 수사는 물론 범죄 수익 환수 등 피해 복구를 위한 후속 조치도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TF는 국경을 넘나들며 우리 국민에게 피해 끼치는 초국가범죄에 대해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