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 ‘두쫀쿠’ 수출 역발상…‘K-푸드’ 160억달러 목표” [헤경이 만난 사람-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외지 나갔던 청년 귀촌해 카페 열고 정착
전입인구 숫자보다 지역경제 살리기 핵심
농어촌기본소득 도입, 지방소멸 막는 해법
‘햇빛소득’ 같은 자립 재원 만드는게 관건

온라인 도매시장 등 유통구조 개선 계획
농협중앙회 논란, 제도 개선 법제화 추진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잠사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농촌이 가난한 선진국은 없다”면서 “농어촌기본소득은 지역 경제가 다시 돌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라고 말했다. 송 장관은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를 두바이에 수출하고 한국의 소스, 신선 식품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올해 K-푸드 수출 목표를 160억달러로 잡았다고 밝혔다. 임세준 기자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히 인구를 늘리기 위한 정책이 아닙니다. 소멸의 악순환을 끊고, 지역 경제가 다시 돌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입니다. 농촌 인구가 줄어든다고 걱정하지만 농촌에서 돈을 벌 수 있다면 청년도 갑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0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둘러싼 논의를 이렇게 정리했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농어촌 기본소득은 올해부터 10개 지역을 대상으로 2년간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대규모 정책 실험인 만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지만, 송 장관은 이 정책을 단순한 ‘인구 늘리기’ 대책으로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장관은 “농어촌에 사람이 줄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가 사라지고 가게가 문을 닫으면서 더 많은 사람이 떠나는 구조가 문제”라면서 “농어촌 기본소득은 그 늪에서 지역을 끌어올리는 최소한의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사상 첫 여성 장관인 송 장관은 정권 교체 이후에도 이례적으로 유임돼 새 정부의 농정을 이끌고 있다. 정부가 올해를 ‘경제 대도약 원년’으로 선언하고 ‘모두의 성장’, 특히 지역 균형발전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가운데 농촌의 성장 동력 확보는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26년간 몸담은 농업 전문가인 송 장관의 어깨에는 농촌 소득 제고, 청년 인구 유입과 농촌 창업, K-푸드 수출 확대, 물가 관리까지 적지 않은 과제가 얹혀 있다. 그는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를 두바이에 수출하면 어떨까요. 한국 소스도 너무 훌륭한 게 많고 신선 식품도 욕심을 내고 싶다”며 K-푸드 수출에도 한껏 기대감을 드러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핵심은 지역자본 순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과 관련해 송 장관은 주민등록상 인구가 얼마나 늘었는지가 아니라 사람이 머무는 시간, 소비가 발생하는 구조, 지역 안에서 형성되는 관계가 정책의 성패를 가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촌 소멸은 단순히 사람이 줄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람들이 쓰지 않으니 가게가 사라지고, 가게가 없으니 더 떠나는 소멸의 악순환이 문제다. 기본소득은 그 늪을 끌어올리는 작은 모티브라고 본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정부 사업화에 앞서 경기도 주도로 2022년부터 기본소득을 도입했던 연천군 청산면의 사례를 소개했다. 기본소득으로 지역 경기가 활성화되니 외지로 나갔던 청년이 다시 돌아와 카페를 열고 문을 닫으려 했던 방앗간 사장님이 사업을 유지하는 사례가 나왔다고 했다. 연천군은 군부대가 많은데 군 복무를 마친 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 해당 지역에 남는 제대자 사례도 관찰됐다. 송 장관은 이를 두고 “대단한 성공담이 아니라, 지역이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최소한의 힘”이라고 표현했다.

시범사업의 또 다른 특징은 ‘획일화’를 피했다는 점이다. 10개 시범지역 중 일부는 여러 개의 면(面)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었고, 또 다른 지역은 병원·약국·학원비처럼 불가피한 지출만 읍 단위 사용을 허용했다. 지역마다 상권의 밀도와 생활 동선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이 과정에서 농식품부는 과장급 공무원을 10개 지역에 1대1로 매칭했다.

송 장관은 “지역 특징에 맞게 맞춤형으로 하는 것은 공무원 입장에서는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방식”이라면서도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이렇게 하라’고 하면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본소득이 ‘2년 하고 끝나는 사업’이라는 현장의 불안을 고려해 성과에 기반한 본사업화와 법제화도 추진 중이라고도 밝혔다.

지속가능 하려면 지역 자립 구조 만들어야

송 장관은 농어촌 기본소득의 관건은 재원이라며 “중앙정부 재정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수익이나 불필요한 지출 구조조정 등, 지역 내부에서 자립 가능한 재원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그가 사례로 든 것이 마을 단위 재생에너지 수익을 공유 재원으로 활용하는 ‘햇빛소득’이다. 송 장관은 여주 구양리 사례를 언급하며 마을 단위 태양광 발전을 통해 비용을 제외한 수익이 발생하면 이를 식당 운영이나 차량 운영 같은 생활 서비스로 다시 지역에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소득 지급을 둘러싼 가장 큰 우려는 ‘위장전입’이다. 송 장관은 “부정수급을 막아야 한다는 원칙은 분명하지만, 현실의 사례는 단순하지 않다”고 말했다. 예컨대 평일에는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던 자녀 가족이 주말마다 부모가 있는 농촌으로 내려와 머물며 소비하고 활동하는 경우를 일률적으로 부정적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자녀 가족이 주말마다 내려오는 게 왜 나쁜가, 오히려 권장할 일일 수도 있다”며 “엄격하게 차단하는 방식보다는 열린 시각과 지역 공동체의 집단지성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촌 소멸 막으려면 생활 인구 확대해야

송 장관은 농촌 소멸의 해법을 이주 강요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전환에서 찾았다. 농촌에는 아직 활용되지 않은 자원과 그것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농촌을 ‘사는 곳’이 아니라 ‘살고·일하고·쉬는 공간’으로 재정의하며 관계·생활인구 확대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는 ‘빈집’을 꼽았다. 철거 대상이었던 농촌 빈집을 리모델링해 ‘워케이션(Workcation·여행과 업무의 결합)’ 공간이나 체류 공간, 창업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빈집을 정비해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과 함께 ‘빈집은행’ 플랫폼을 통한 임대·거래 활성화도 추진하고 있다.

주요 대상군으로는 은퇴자 등이 거론된다. 송 장관은 공무원연금공단과 연계한 은퇴자 체류 프로그램을 다시 활성화하는 구상도 언급했다. 월 20만원 수준의 저렴한 거주비로 몇 달간 농촌에서 살아보며 생활을 경험하고, 교육과 지역 연결을 통해 정착을 고민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송 장관은 “처음부터 주소를 옮기라고 하면 부담이 크기에 일정 기간 살아보면서 농촌 생활을 경험해보는 게 필요하다”며 “그 과정에서 지역과 관계를 맺고, 이후 정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말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22일 충남 논산시 딸기재배 농가를 방문,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고환율 국면, 원재료 국제가격 하락으로 상쇄

송 장관은 “농식품부가 당면한 또 다른 과제가 ‘물가 안정’”이라며 “고환율 국면이 이어지고 있지만 가공식품 물가의 추가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 부담은 존재하지만, 원재료 국제가격 하락이 이를 일부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가공식품은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만큼 환율과 국제가격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할당관세 확대와 원료구매자금 지원이 활용된다. 커피·코코아 생두, 설탕 등 국제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중심으로 대응 수단을 마련하고, 식품소재 구입자금과 국산 농산물 원료구매자금 지원을 통해 기업 부담을 완충한다는 설명이다.

송 장관은 “담합이나 ‘용량 꼼수’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 물가 안정에 필요한 모든 요인을 꼼꼼히 챙겨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산물 가격과 관련해서는 “생산 단계부터 변동성을 줄이는 정책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품목별 적정 재배면적 관리, 주산지 생육상황 점검, 약제·영양제 지원과 공동방제 등 생육관리 지원을 강화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한 생산 기반 확충도 중장기 과제로 제시했다. 유통 단계에서는 온라인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복잡한 유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K푸드 수출목표 160억弗…두쫀쿠 수출 아이디어도

“지난해 K-푸드 수출이 104억달러로 사상 처음 100달러를 넘어섰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려고 한다. 올해 ‘K-푸드 플러스(K-Food+)’ 수출 목표를 160억달러로 잡았다”

송 장관은 “농식품을 비롯해 동물용 의약품, 농기계, 농약, 비료 등 농식품 관련 산업 전반을 포괄한 수치”라면서 “조금 힘들수도 있지만 올해 K-푸드 수출 목표를 예년보다 조금 높게 잡았다”고 힘줘 말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권역·시장별 전략 품목을 중심으로 유망시장 진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수출거점 재외공관’이다. 이달 중 약 30곳의 재외공관을 수출거점으로 지정해, 단순 홍보를 넘어 통관 애로 해소와 바이어 발굴, 유통 매장 입점과 마케팅까지 지원하는 수출 플랫폼 역할을 맡긴다는 구상이다. K-컬처·K-관광과의 시너지를 통해 K-푸드를 생활·문화 소비재로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송 장관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두쫀쿠’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정작 두바이에는 두쫀쿠가 없다”며 “우리가 만든 콘텐츠와 아이디어를 역수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콩을 주재료로 활용해 ‘두(豆)바이 스타일’이라는 콘셉트를 살리는 방식 등도 충분히 고민해볼 수 있다”며 한국 농산물과 결합한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K-푸드 확대 전략과 관련해 외국인이 한국에서 한식을 배울 수 있는 ‘수라학교’의 신규 개설·운영을 비롯해, 치킨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치킨벨트’ 조성 구상도 함께 언급했다. 단일 품목의 수출에 그치기보다, 교육·체험과 지역 콘셉트를 결합해 K-푸드를 보다 입체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취지다.

스마트농업 투트랙…저변 확산과 기술 고도화

송 장관은 AI·데이터 기반 스마트농업을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 이미 농촌에서 청년들의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마트농업을 단일 경로가 아닌 ‘투트랙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하나는 자동화·원격관리 등 기술의 저변을 넓히는 확산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일부 영역을 고도화해 완전한 AI 전환(AX)으로 나아가는 전략이다.

그는 “확산만으로는 경쟁력이 생기지 않고, 고도화만으로는 현장이 따라오지 못한다”며 “두가지 트랙을 동시에 굴려야 농업 전체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마트농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네덜란드와 우리나라의 기술 격차를 내부적으로 점검해 보니 약 4년 정도 차이가 난다는 분석이 나왔다”며 “농식품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손을 잡고 전략적으로 투자한다면, 지금은 4년 차이라고 해도 2~3년 안에 격차를 줄이거나 따라잡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농가소득 증가…농협중앙회 제도 개선

송 장관은 최근 불거진 농협중앙회 논란과 관련해 문제의 본질을 ‘협동조합답지 않은 운영 방식’에서 찾았다. 불투명한 인사·경영 구조와 미흡한 내부 통제, 회장·조합장의 과도한 영향력 등으로 인해 조합원 의사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왜곡·희석될 수 있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총리실·금융위원회·감사원이 참여하는 정부 합동 특별 감사를 통해 농협 전반의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있으며, 오는 3월 말까지 감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 장관은 “개별 비리는 수사의 영역”이라며 감사 결과를 토대로 제도 개선과 법제화를 추진해 조합원 민주성이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다.

송장관은 업무 성과를 자평해 달라는 요청에 “특정 수치나 개별 사업이 아니라 농정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꾼 점”이라고 말했다. 농정을 단순한 보조금이나 복지 정책이 아니라, 국가 성장과 지역 생존을 함께 떠받치는 전략 영역으로 다시 위치시켰다는 평가다.

그는 “농촌의 여건이 여전히 녹록지 않지만 정책 효과가 일부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쌀값 회복과 축산물 소비 증가 등에 힘입어 지난해 농업소득과 농가소득·생산액은 증가세를 보였고, 올해도 경영비 부담 완화와 직불금 확대 등으로 소득 증가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송 장관은 “작년 기후변화에 대형 산불, 통상 문제 등 트리플 악재에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가난한 농촌을 가진 선진국은 없다”며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강조했다. 정리=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