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wC “디지털자산 시장 임계점 넘어서…금융권 ‘협쟁’ 가속” [크립토360]

2026 글로벌 크립토 규제 보고서
글로벌 금융기관 ‘협력적 경쟁’ 확산
국내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동맹 구상 속도


디지털자산 시장이 임계점을 넘어서며 규제가 확장의 토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123rf]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디지털자산 시장이 임계점을 넘어서며 규제가 확장의 토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함께 은행과 핀테크, 거래소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위한 공동 인프라를 구축하며 ‘협쟁’(Co-opetition, 협력과 경쟁의 합성어)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회계법인 PwC는 최근 ‘2026 글로벌 크립토 규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올해 전세계 규제 트렌드와 함께 스테이블코인 규제 현황과 시장 구조 변화 등이 담겼다.

PwC는 디지털자산 규제가 새로운 전환점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맷 블루멘펠드 PwC 글로벌 디지털자산 책임자는 “디지털자산은 중요한 임계점(threshold)을 넘어가고 있다”며 “규제는 더 이상 제약이 아니라 시장을 재편하고 디지털자산이 책임 있게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규제 추진력은 더 빨라지고 있으며 기관투자자들의 참여 속도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며 “지금 (시장에) 나타나는 것은 디지털자산을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통합할 수 있다는 신뢰”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기관 참여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은행과 자산운용사, 대기업들이 디지털자산을 핵심 인프라로 편입하고 재무 구조에도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규범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PwC는 이 같은 변화가 거버넌스와 책임 기준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디지털자산과 전통 금융 인프라의 결합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또 PwC는 2026년 글로벌 크립토 규제 트렌드로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 ‘집행 단계’ 진입 ▷토큰화된 화폐 확산 ▷소비자 보호 라이센스 체계 내재화 ▷디지털자산 담보 인정 경로 확대 ▷중개기관 건전성·수탁 규정 강화 ▷디파이(DeFi)·거래 인프라 규제의 글로벌 표준 수렴 등을 제시했다.

앨리스 수시 왓츠 글로벌디지털파이낸스(GDF) 사무총장은 “핵심은 기업들이 서로 다른 규제 체계 속에서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라며 “규제를 부담이 아니라 핵심 시장 인프라로 받아들이는 기업들이 다음 국면을 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디지털자산이 본질적으로 글로벌한 성격을 띠면서도 지역적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고 짚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자체는 국경이 없지만 결제·송금·자본시장 측면에서 지역별 발전 양상에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PwC는 경제 여건과 금융포용 수준, 금융 인프라 격차가 디지털자산 활용 방식을 좌우한다고 봤다. 그 결과 같은 기술이 각 시장에서 서로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파편화된 글로벌 생태계’(fragmented global ecosystem)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별 규제 여건도 차이를 보였다. PwC 조사에 따르면 입법·규제 체계, 인허가·등록 제도, 정보제공의무(트래블룰), 스테이블코인 규제 등 네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국가는 ▷바하마 ▷영국령 버뮤다 ▷케이맨 제도 ▷홍콩 ▷일본 ▷노르웨이 ▷스위스 ▷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PwC는 디지털자산 규제가 금융권 내 새로운 경쟁 구도를 촉발하고 있다고 했다. PwC는 “규제는 국가만의 대안을 강제하는 대신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정당화함으로써 은행과 핀테크 간 협력적 경쟁을 가능케 한다”며 “공유 인프라에 대한 공적 협력(public cooperation)의 문을 열어 유동성이 확장되도록 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사용자 경험을 둘러싼 경쟁의 발판을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어느 한 플레이어도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독점할 수 없는 만큼 시장 참자가들의 협력은 경쟁을 촉진하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은행과 결제사, 거래소들은 공동 정산 레일과 토큰화된 예금 네트워크에서 협력하며 시장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보고서는 JP모건, 시티 토큰 서비스, 코인베이스 등을 사례로 들며 “초기 상호운용성이 투자 리스크를 낮추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이들이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준비자산과 감사 및 상환 기준을 표준화하는 규제가 이러한 협력을 안전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협쟁’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율안을 담은 디지털자산 2단계 법안이 은행 주도의 컨소시엄 구조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저마다의 동맹 구성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두나무·네이버와 빗썸·토스 등 디지털자산 유통망 간 연합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도 관련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