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국방에 재정 쏠림…미·일·독·중, 성장산업 투자 경쟁 가속

팬데믹 이후 보건지출 줄이고 AI·국방·인프라로 재정 축 이동
주요국 성장·안보 투자 확대…한국도 R&D·산업예산 대폭 증액


K9 자주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주요국들이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늘렸던 보건지출은 정상화하는 대신,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과 사회인프라, 국방 분야에 대한 재정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재정 운용의 무게중심이 ‘성장산업·안보’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14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미국은 데이터센터 확충을 위한 대규모 민관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동시에 국방비 증액에 나섰다. 미 정부는 2026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예산안에서 국방지출을 전년 대비 13.4% 늘리며 안보 분야 재정 투입을 크게 확대했다. 특히 정부와 민간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5년간 5000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며 AI 인프라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2026회계연도 예산안을 역대 최대인 122조2000억엔 규모로 편성했다. AI·반도체 예산은 전년 대비 272% 급증한 1조2000억엔으로, 성장전략의 핵심 분야로 자리 잡았다. 국방예산도 8조9000억엔으로 3.6% 늘리며 증액 기조를 이어갔다. 일본 정부는 ‘책임 있는 적극재정’을 내세워 AI·반도체를 포함한 17대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독일도 재정 확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독일의 2026년 연방예산은 5245억유로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으며, 사회인프라 투자는 10% 늘어난 1267억유로로 집계됐다. 특히 국방예산은 827억유로로 32% 급증했다. 독일 정부는 5000억유로 규모의 인프라 특별기금을 신설해 교통·주택·보건 분야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2029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중국은 2025년 중앙일반공공예산을 14조7000억위안으로 편성해 전년 대비 4.5% 늘렸다. 연구개발(R&D) 예산은 10% 증가했고, 국방예산도 7.2% 확대됐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5% 달성을 목표로 재정적자 비율을 기존 3%에서 4%로 완화하며 내수 진작과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병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성장산업 중심의 재정 운용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026년 예산은 전년 대비 8.1% 증가한 727조9000억원으로, R&D 예산은 19.9% 늘어난 35조5000억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는 12.7% 증가한 31조8000억원으로 편성됐다. 국방비는 65조9000억원으로 7.5% 증가했지만, 총지출 증가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기획예산처는 “각국의 예산안과 국제기구 보고서 등을 토대로 해외 재정 동향을 매월 시리즈로 소개할 계획”이라며 “성장산업과 안보를 둘러싼 글로벌 재정 경쟁 흐름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