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와 1.3조 협력 “신약 개발 90% 컴퓨팅으로”
써모 피셔와 자율 실험실 AI 추론 비용 100배 절감
“AI는 필수 인프라”…소버린 AI로 글로벌 영토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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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킴벌리 파월 엔비디아 헬스케어 부문 부사장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그랜드볼룸 발표를 하고 있다. [엔비디아 제공] |
[헤럴드경제(샌프란시스코)=최은지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거인 엔비디아가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행사의 ‘주변부’에서 ‘심장부’로 진격했다. 지난해까지 행사장 내 서브 발표장에 머물렀던 엔비디아가 올해는 가장 크고 화려한 무대인 ‘그랜드볼룸’에 입성하며,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의 중심에 섰음을 전 세계에 선포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44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킴벌리 파월 엔비디아 부사장은 “여러분이 칵테일을 마시러 가기 전 마지막 순서에 서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도 “가능한 가장 흥미로운 시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콘퍼런스의 메인 무대인 ‘그랜드볼룸’에 입성했다는 사실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것이다. 2009년 헬스케어 전담 조직을 꾸린 후 2020년 처음 JPMHC에 초청받기 시작한 엔비디아가 6년 만에 메인 트랙에 서게 됐음을 뜻한다.
IT 기업의 기술이 바이오 산업의 주변부에서 핵심 엔진으로 이동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파월 부사장은 “헬스케어 분야에서 지금은 그야말로 한 세대에 한 번 오는 절대적인 플랫폼 변화의 시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일라이 릴리와 1.3조 원 규모 ‘메가딜’ = 그의 공언대로 엔비디아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향후 5년간 10억 달러(약 1조 3000억원)를 공동 투자해 ‘AI 공동 혁신 연구소(Co-innovation Lab)’를 설립한다는 파격적인 협력안을 공개하며 콘퍼런스 분위기를 압도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일라이 릴리가 제시한 ‘90:10 패러다임 전환’이다. 신약 개발의 90%를 컴퓨팅(Compute)으로 수행하고 실제 실험(Wet lab)은 10%로 줄이겠다는 목표다.
파월 부사장은 “GPU 컴퓨팅 투자는 이제 단순한 R&D 비용이 아니라, 약물의 성공 확률과 파이프라인 효율을 결정짓는 ‘필수 자본 지출(CapEx)’이자 핵심 인프라로 간주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써모 피셔와 ‘자율 실험실’ 구축…생태계 전방위 확장 = 엔비디아의 영토 확장은 신약 개발에만 머물지 않았다. 파월 부사장은 세계 최대 과학 장비 기업인 써모 피셔와의 협력을 통해 실험실 자동화의 미래를 제시했다. 양사는 실험실용 벤치탑 AI 슈퍼컴퓨터인 ‘DGX 스파크(DGX Spark)’를 선보였다. 이는 실험 기기가 스스로 품질을 제어하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자율 실험실’ 인프라의 핵심이다.
또한, AI 에이전트 분야에서는 에이브릿지와 협력해 의사들의 행정 업무 시간을 매일 30% 이상 줄이고 있으며, 제조 분야에서는 멀티플라이드 랩스와 손잡고 로봇 시스템을 도입해 10만달러에 달하던 세포 치료제 제조 비용을 3만달러로 70% 이상 절감하는 성과를 냈다.
엔비디아는 AI 도입이 가져오는 압도적인 투자 대비 수익(ROI)을 수치로 입증했다. 파월 부사장은 “최근 4년간 AI 추론 비용을 100배 이상 절감해, 과거 에이전트 가동에 1달러가 들었다면 이제는 1센트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각 국가의 데이터 주권을 존중하는 ‘소버린(Sovereign) AI’를 주요 전략으로 꼽으며 “AI 인프라는 도로, 전기, 수도와 같이 국가 번영을 위한 필수 인프라”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현재를 생물학의 ‘트랜스포머 모먼트(Transformer moment)’로 정의하며, “AI가 자연의 법칙을 학습하기 시작하면서 근본적으로 더 많은 과학적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고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