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비명’…“원가도 판가도 손쓸 수 없다” [치솟는 환율]

7일 연속 환율 상승에 원자재가격도 올라
“제품가 못 올리면 그대로 적자 되는 구조”


# 한 난방기 제조 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원자재가 수입이다. 사업 구조상 환율이 올라가면 치명적이다.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환율은 기업이 어찌해볼 방도가 없는 외부 변수”라며 “작년말 환율이 떨어져서 4분기 실적은 그나마 막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연초부터 환율이 워낙 가파르게 다시 오르고 있어서 올 한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연초들어 환율이 다시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해 연말 환율 급락 덕에 한숨 돌렸던 중소·중견기업 업계엔 연초 다시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말 정부의 초강경 대책이 잇따라 나오면서 1420원대까지 내려앉았다가 연초 들어 지난 12일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12일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68.4원이다. 업계에서 고환율 비명이 들렸던 1480원대 턱밑까지 다시 환율이 치솟은 것이다.

특히 이번 환율 상승은 거래일 기준 연속성이 뚜렷하다. 주말과 휴장일을 제외한 거래일 흐름을 보면 환율이 하루도 쉬지 않고 오르면서 ‘숨 고르기’ 구간이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더라도 중간에 조정이 있으면 대응 여지가 생기는데, 최근처럼 거래일 기준으로 연속 상승이 이어지면 원가 계산 자체가 무의미해진다”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이 산업계에 공통으로 드리운 악재라면, 원자재 가격 상승은 원화 가치 하락에 덮치는 이중고 성격이 짙다. 은 가격의 경우 지난해 11월 온스당 50달러 안팎이었으나 올들어선 온스당 83달러까지 치솟았다. 구리 가격 역시 지난해 11월 파운드당 5달러 안팎이었으나, 최근엔 6달러에 육박하는 등 최근 2달 새 20% 가량 가격이 급등했다.

경기도 용인 소재 배선용 차단기 제작·납품하는 한 회사 대표는 “가장 많이 수입하는 원자재가 구리와 은이다. 두 원자재 가격은 달러 표시 원자재인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여기에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더 떨어졌다. 환율 문제가 겹치면서 자재비가 이중으로 올라가는 구조”라며 “납품가에 비용 상승분을 반영하기 어렵다. 연 단위 분기 단위 계약 체결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익률 하락을 버티느냐 못버티느냐와의 싸움이 될 게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평균 영업이익률이 5%정도인데 환율은 그것보다 더 올랐다. 국내 시장은 건설 시장이 죽으면서 시장 자체가 말라있고, 때문에 내부 경쟁은 더 치열한데 원자재 가격 상승에 원화가치까지 떨어지면서 ‘남는 것이 없다’는 얘기가 허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계열 제품을 수입하는 업체들 역시 상황이 심상치 않다. 경기도 안산 소재 섬유 염색 업체 관계자는 “지금 같은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중소 섬유·프린팅 업체들은 물량 경쟁보다 원가 관리와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더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중소·중견기업들이다. 지난해 말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수출·수입 병행 중소기업의 경우 환율 급등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는 응답이 40.7%로, ‘이익이 발생했다’(13.9%)보다 많았다. 환율 급등에 따른 피해 유형(복수응답)으로는 ‘수입 원부자재 가격 상승’(81.6%), ‘외화결제 비용 증가’(41.8%), ‘해상·항공 운임 상승’(36.2%) 순이었다. 목표 영업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적정 환율은 평균 1362.6원으로 조사됐다. 홍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