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식의 연을 끊기로 한 어머니와 친아들이 소송전을 벌였다. 어머니는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조건으로 3억원을 달라고 했다. 아들이 동의하면서 공정증서가 작성됐다. 이 공정증서의 법적 효력이 있을까. 아들은 무효를 주장했다. 어머니는 반박했다. 법원 판단은 어땠을까.
시간은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들 A씨는 사귀던 여성이 혼전 임신을 한 이후 갑작스레 결혼을 준비하게 됐다. 어머니는 아들의 결혼에 반대했다. 모자는 극심한 갈등을 겪다 연을 끊기로 했다.
어머니는 며칠 뒤 아들에게 결혼에 반대하지 않고 결혼식에 참석하겠으니 공정증서를 작성하라고 했다. 과거 아들의 학원비로 지출한 양육비 명목으로 2억 9100만원을 갚으라는 내용이었다.
아들이 동의하면서 실제 공증인이 이같은 내용의 공정증서를 작성했다. 어머니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혼전계약서에 서명할 것도 요구했다. 혼전계약서 역시 공증인의 인증을 거쳤다. 우여곡절 끝에 2016년 9월께 결혼식이 성사됐다. 아들 부부는 2017년 1월께 혼인신고를 마쳤다. 이후 지난해 1월까지 아들 부부는 어머니와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결국 갈등이 불거졌다. 이후 어머니 B씨는 파산해 법원에 파산·면책을 신청했고, 파산 선고를 받았다. 이후 B씨는 지난해 5월, 아들 A씨를 상대로 “공정증서에서 약정한 대로 채무 2억 9100만원을 갚아라”고 주장했다.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아들 A씨는 반박했다. 해당 공정증서는 무효라며 어머니를 상대로 “강제집행을 허가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대가로 금전을 지급받기로 하는 약정은 선량한 풍속·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며 “강박에 의해 작성된 것이므로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민법 제103조는 반사회질서적인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 범죄를 대가로 돈을 주고받기로 하거나, 불륜 관계를 대가로 아파트를 증여하기로 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법원은 “무효가 맞다”며 아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민사18단독 송효섭 판사는 지난해 12월말 “해당 공정증서는 무효”라며 “공정증서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허락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어머니가 아들의 학원비 명목으로 총 6000만원 상당을 지출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당시 아들이 만 15~18세였으므로 해당 비용을 (아들이) 빌린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이어“모친으로서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조건으로 2억9100만원을 받기로 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수준으로 볼 수 없다”며 “반사회질서적인 성질을 띠고 있으므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안세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