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손가락에 제 인생을 걸었습니다

산업부 박지영 기자


CES 2026에서 공개된 LG전자 클로이드 모습. 박지영 기자


“손가락에 제 인생을 걸었습니다.”

국내의 한 로봇 그리퍼 전문기업의 관계자는 로봇의 손가락을 움직이는 게 얼마나 어렵냐는 질문에 이렇게 얘기했다. 손은 다리나 몸통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데 마디마다 관절을 접었다 펴는 기술은 물론 다섯 손가락에 각각 다른 압력을 줄 수 있게끔 정밀 제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근육’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는 손을 제외하면 많아야 30여 개 수준이지만, 손 하나에만 20개 이상이 들어간다. 손이 로봇 기술의 정점이라 불리는 이유다.

로봇 손가락의 개수에 따라 연산 과정도 기하급수적으로 복잡해진다. 수건 한 장을 접더라도 엄지와 검지만 쓸지, 아니면 세 손가락을 이용할지 수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친다. 압력이 너무 세면 물건이 망가지고 약하면 놓친다. 이번 CES 2026에서 공개된 현대차그룹의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의 손가락이 5개가 아닌 3개인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복잡성을 줄인 것이다.

이번 CES 2026에서 LG전자는 홈로봇 ‘클로이드(CLOiD)’를 선보였다. 다리는 바퀴로 굴러가지만, 손가락 10개가 구현됐다. 시연 현장에서 클로이드는 빨래 개는 모습을 보여줬다. 수건의 양쪽 모서리를 잡아 반을 접고, 오른쪽으로 한 번, 왼쪽으로 한번 접어 모양을 만들었다. 반면 중국 업체의 휴머노이드는 볼거리가 많았다. 다섯 손가락으로 인간과 탁구를 하고, 발차기로 수박을 깨고, 주먹을 쥐고 로봇끼리 복싱을 하는 퍼포먼스에 인파가 구름같이 몰렸다. 속도는 느리고 동작도 투박한 클로이드의 빨래 개기 시연을 보고 “내가 하는게 빠르겠다”는 우스개소리가 나온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사실 이 빨래개기가 로봇 공학자들 사이에선 최고 난도 과제로 꼽힌다. 수건이나 옷은 집는 순간 형태가 바뀌고, 접을 때마다 무게 중심과 질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쉽지만 로봇에게는 어려운 일 중 하나라 이른바 ‘모라벡의 역설’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 난제를 클로이드가 풀어가고 있다. 화려한 발차기나 펀치보다, 일상의 작은 수건 한 장을 정교하게 다루는 능력이 우리 삶의 질을 바꿀 것이다. 어쩌면 혁신은 손 끝에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