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초대 건강총괄관 부임
‘더 건강한 서울 9988’도 추진
“잡곡밥 주는 식당 늘어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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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서울시 건강총괄관으로 부임한 정희원 박사가 최근 서울시청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이제 서울 시내 식당에 가면 잡곡밥과 흰쌀밥을 선택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나아가 잡곡밥이 1000원, 흰쌀밥은 1500원에 사 먹게 한다면 사람들이 과연 몸에 좋지도 않은 흰쌀밥을 돈을 더 주고 사먹을까요?”
지난 8월 ‘저속노화’ 주창자 정희원(41) 박사가 서울시 건강총괄관(이하 총괄관)으로 임명됐다. 책, TV, 라디오,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저속노화라는 유행을 이끌며 시대의 아이콘이 된 정 박사가 서울아산병원(노년내과 교수)을 떠나 서울시에 합류하게 된 이유는 뭘까.
지난해 말 서울시 명예시장으로 임명된 정 박사는 서울시와 소통하며 서울시가 이런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최근 서울시청에서 만난 그는 “서울시는 모든 지자체 중 이런 변화에 가장 빨리 대처하고 있는 도시”라며 “서울시 공무원들은 굉장히 열려 있다. 제가 생각한 것들을 실행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먼저 일해보고 싶다고 제안드렸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 ‘손목닥터 9988’ ‘덜달달9988’ 등 ‘건강도시’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정 박사가 서울시에 온 뒤 지난 9월 서울시는 ‘더 건강한 서울 9988’ 프로젝트를 내놨다. 이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건강수명을 세 살 늘리고, 운동 실천율은 3% 올리는 3!3!3!’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계획한 것이 바로 총괄관인 정 박사다. 대표적인 추진 과제는 ▷365일 운동하는 도시 ▷건강한 먹거리 도시 ▷어르신 건강노화 도시 ▷건강도시 디자인이다.
이 중 정 박사가 가장 먼저 집중하는 과제가 바로 ‘건강한 먹거리 도시’다. 이를 위해 정 박사가 제안한 것이 ‘통쾌한 한끼’다. 통쾌한 한끼란 시민이 매일 먹는 밥을 흰쌀밥 같은 정제 곡물이 아닌 통곡물과 잡곡으로 바꿔보자는 의미다.
즉 서울 시내 외식업소에서 흰쌀밥과 함께 잡곡밥 옵션을 더해 시민들이 원하는 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잡곡밥 옵션을 제공하는 업소에는 서울시가 ‘통쾌한 한끼’ 인증마크를 부여할 계획이다.
정 박사는 “밥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식생활로 가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라며 “잡곡밥이 디폴트(기본)가 되고 흰쌀밥이 옵션이 되도록 하겠다. 옵션(흰쌀밥)을 선택하려고 500원 정도의 비용을 더 지불하게 하면 사람들은 몸에 좋고 더 저렴한 잡곡밥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 1000개소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1만5000개소까지 잡곡밥 제공 외식업소를 만드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함께 어린이 식습관 개선을 위한 ‘우리아이 건강키움존’도 도입한다. 학교 매점이나 편의점 진열대 골든존, 즉 아이들 눈높이에 사탕·젤리·초콜릿과 같은 고당 식품은 치우고 건강식품을 우선 배치하는 것이다. 이 역시 내년 300개소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2000개소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정 박사는 “산업계나 업주가 반발은 하겠지만 결국 다 같이 하면 되는 일”이라며 “다 같이 협조 해주면 애들 입맛이 바뀔 수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이를 위한 자신의 역할을 ‘꿀벌’에 비유했다. 그는 “통쾌한 한끼를 하겠다고 하면 공무원들이 생각하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민간이 가진 시각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저는 병원에서 중개 연구를 많이 했다. 이런 경험을 가지고 민관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찌 보면 양쪽에 대고 계속 잔소리를 하는 역할”이라며 웃었다.
정 박사가 수많은 사람에게 지겹도록 들었을 ‘건강한 삶이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서울시민 대부분이 바쁘게 살고 있지만 바쁠수록 운동을 더 해야 한다”며 “운동을 하면 인지 기능이 좋아져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도 마찬가지다. 점심때 급하게 몸에 해로운 거 먹고 오후 내내 졸면서 당이 많이 들어간 커피를 왕창 마신다. 하지만 점심때 깨끗하게 먹으면 혈당 스파이크가 없어 오후에 일을 더 깔끔하게 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좋은 경험을 하게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같은 패턴을 반복해 선순환이 된다는 것이 정 박사의 이론이다. 그의 종착지는 서울시가 아니다. 2년의 임기를 마치고 노인의학을 연구하는 연구자로 돌아갈 계획이다.
정 박사는 “서울시에서 연구 정책을 해본 뒤 정책에 필요한 실제 연구를 더 해보고 싶다”며 “저는 천직이 내과의사다 보니 환자들을 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진료와 연구를 같이 하는 의사과학자로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