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10배’ 자사주 소각 급증

올해 삼성전자·HMM 등 21조 소각
상법 개정안·밸류업, 공시 행렬 가속
기업부담 커져 주가에 부정적 지적도



올해 공시한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규모가 3년만에 10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1년 전과 비교해도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작년부터 시작된 증시 부양책 ‘밸류업 프로그램’에 더해, 올해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서 본격화한 상법 개정 등 주주환원 움직임 강화의 영향으로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논의가 9월 정기국회를 통해 본격화하는 가운데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시각과 기업의 재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관련기사 6면

▶올해 자사주 소각액, 전년 동기 比 3배=3일 헤럴드경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 상장사 중에선 총 119건의 자사주 소각을 공시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61건에 비해 2배 증가한 수준이다. 3년 전(23건)과 비교했을 때는 5.2배 늘었다.

소각 금액으로 비교하면 증가 폭이 더 극명하게 나타났다. 올해 공시한 자사주 소각 금액(예정·확정 합산)은 21조582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7조5194억원 대비 2.9배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전(2조1524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10배나 급증했다.

금융감독원과 대신증권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 통틀어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기업은 총 206곳으로 작년 연간 177곳을 이미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연간 기준 99곳으로 100곳을 밑돌았던 점을 고려한다면 자사주 소각 카드를 꺼내든 상장사가 단기간 내 많이 늘어난 셈이다.

주목할 포인트는 상장사들이 자사주 소각을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점이다. 공시를 통해 밝힌 취득 목적에 ‘주주환원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명시하는 상장사가 다수란 점에서다.

올해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종목들로는 삼성전자(약 3조487억원), HMM(2조1432 …억원), KB금융(1조9800억원), 신한지주(1조7000억원), 현대차(9160억원) 등이 있다.

▶자사주 비중 높은 종목들 벌써 ‘들썩’=여당인 민주당 주도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공시 행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의 제도적 장치 강화 움직임도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공시를 재촉하는 방향을 향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기업 지배 구조 개선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증시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사주 소각 이력·의지, 재무적 안정성 따른 지속 가능성 주목”=자사주 소각 의무화 정책 시행에 따른 혼란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사주 비중을 낮추는 움직임이 상장사에서 나타나면서, 단순히 자사주 비중이 높다는 점만으론 수혜주로 분류되긴 힘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자사주 처분이란 선택지가 사라질 경우 자사주 매입은 자본의 감소와 부채비율 상승으로 연결되며 기업의 재무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재계에선 벌써 자사주 의무 소각에 의한 주주환원 효과가 제한적이지만, 경영권 방어 수단과 재무적 완충 장치를 동시에 잃게 된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론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자사주 비중 상위 종목이란 특징 외에도 과거 실제로 활발하게 자사주 소각을 이행한 이력이 있는 기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신동윤·경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