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025년 7월 2일, 중국 네이멍구 후이족 자치구 인촨(Yinchuan)시에 위치한 인촨 컴퓨팅 파워 산업단지 데이터 센터 클러스터 전시관에서 방문객들이 앉아 있는 모습 [로이터] |
![]() |
디지털 자본주의는 데이터, 알고리즘, 플랫폼. 인공지능(AI) 같은 무형 자산이 새로운 자본으로 작동하는 체제를 말한다. 여기서 자본은 돈, 기술, 데이터로 확장된다. 전통적 제조업에서는 규모의 경제와 노동력 및 값싼 자본이 중요했다.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에서는 혁신, 데이터, 알고리즘, 창의적 무형자산이 생산력의 핵심이 된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중국의 성장은 ‘중국제조 2025’에 기반을 두었다. 이는 중국이 2015년 발표한 중장기 산업 전략이다. 목표는 제조업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과 제조 강국 실현이었다. 2025년까지 핵심 부품과 소재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첨단 제조 분야의 혁신을 촉진하여 세계적인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중국의 비전을 담았다.
올해는 이 전략이 마무리되는 해로서 세간은 신(新)중국 건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의 장기적 목표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중국은 이 계획을 통해 미국 등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반도체와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자립을 추구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고율관세 같은 무역 제재로 대응하며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계기를 초래했다.
그럼에도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하고 1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제조업 규모에서 15년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전기차 등 많은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반도체와 신소재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다른 선진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중국은 내년부터 시행할 중장기 경제성장 로드맵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을 마련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향후 10년 동안 반도체 제조 장비를 포함한 첨단기술을 우선순위에 둘 전망이다. 이하에서는 중국제조 2025 이후의 정책 방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신질생산력(新質生力, New Quality Productive Forces)
최근 중국이 자주 강조하는 새로운 경제 키워드는 ‘새로운 양질의 생산력’이다. 이는 기존의 노동이나 자본 중심 생산력에서 벗어나, 과학기술 혁신, 디지털화, 친환경, 지식 기반 산업이 주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생산력을 의미한다.
시진핑 주석이 2023년 이후 “고품질 발전”을 강조하면서 등장한 개념으로,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방점을 둔다. “제조 2025” 이후,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첨단 기술 자립을 강화하는 담론을 담고 있다. 과학기술 주도로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기술, 우주항공 등 첨단 분야 육성의 결의가 담겨 있다.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친환경·신에너지·배터리·전기차 같은 산업에 집중하고자 한다.
지식 자본화도 핵심 방향인데 단순 제조가 아니라 연구개발(R&D), 디자인, 브랜드, 데이터 같은 무형자산의 가치가 생산력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플랫폼·클라우드·AI 기반의 스마트 제조와 산업 자동화가 큰 축을 담당한다.
중국은 과거처럼 단순히 세계 공장이 아니라, 혁신 중심 경제 체제로의 변환을 선언했다. 미국이 반도체·AI·배터리 등 핵심 공급망을 압박하자, 중국은 “싸게 많이 만드는 제조업 모델”로는 더 이상 경쟁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기술 독립과 혁신주도산업 구조로 바꿔야만 미국식 디지털 자본주의에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통 제조업과 부동산 기반 성장 모델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신질생산력은 단순한 국내총생산(GDP) 확대가 아니라 질적 성장(高質量發展)을 목표로 한다. 반도체·전기차·AI·스마트 제조가 GDP를 이끌어가는 중국식 현대화 담론을 뒷받침한다.
미국식 디지털 자본주의는 엔비디아, 애플, 구글, MS 같은 빅테크가 데이터와 자본을 장악한 모델이다. 이에 반해 신질생산력이란 중국식 디지털 자본주의는 국가 주도로 디지털·친환경·첨단 산업을 키워 사회주의적·집단적 자본주의 모델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신질 생산력”으로 디지털 자본주의 경쟁의 중국 버전을 만들고, 패권 경쟁의 무기로 삼으려 한다.
쌍순환 전략의 고도화: 대내와 대외의 건실한 균형 추진
쌍순환 전략이란 내부순환(국내순환)과 외부순환(국제순환)을 균형있게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2020년 5월 14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에서 ‘쌍순환 전략’이 언급된 이후 중국경제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전략적 개념으로 부상했다.
내부 순환은 내수 확대와 대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기술 자립 확대를 축으로 성장 기반을 다지는 것을 말한다. 반도체, AI, 첨단 제조 같은 핵심 산업의 국산화를 촉진해 대외 의존도를 줄이는데 방점이 찍힌다. 외부순환은 안정된 글로벌 공급망 구축, 무역과 외국인 투자 유치 확충을 의미한다. 다만 미국·서방과의 기술 충돌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선별적 개방을 유지하는 전략이 예상된다.
전국통일대시장(全國統一大市場) 구축이란 목표 하에서 중국 내 상품·서비스·데이터·자본·인력 이동의 장벽을 줄이고 단일 규칙을 적용한다. 즉, 지역별 보호주의와 지방 규제 차이를 줄여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 데이터 규칙, 표준, 유통망까지 국가 단위로 통합하여 초대형 내수 시장을 구축하면 내부순환을 뒷받침하면서 동시에 외부기업이 진출할 때도 통일된 규칙을 적용받도록 해 개방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 이는 미·중 패권 경쟁 속 외부 제재와 디커플링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정책이다. 내수 시장 확대와 규제 일원화로 기업 혁신과 투자를 촉진하고 내수 자립을 기반으로, 외부 개방에서 협상력을 높이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쌍순환 전략은 중국경제의 2035년 장기 목표 요강에 포함되어 있다.
빅펀드 3기와 반도체 굴기의 본격화
2024년 반도체 등 핵심 부품 분야 기술 자립을 위한 국가 주도의 투자펀드 “빅펀드 제3기 (Big Fund III)”를 출범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응하고 기술 자립을 이루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약 470억 달러(3440억 위안) 규모로 설정되었으며, 1, 2기에 비해 훨씬 큰 규모의 자금으로 조성되어 중국의 반도체 산업 투자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한 인재 양성과 원천 기술 개발이 반도체 산업 성장의 원동력이 되며, 미국 제재 속에서도 반도체 자립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전망이다.
중국의 반도체 기초 역량이 한국을 앞섰고, 특히 메모리, 센서,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 수준을 추월했다는 것은 우리 정부와 기업이 새길 대목이다.
중국은 첨단산업 육성전략인 ‘중국제조 2025’에서 2025년 반도체 자급률 목표를 70%로 수립하고 정책 지원을 확대해 왔다. 중국에는 3,000여개 팹리스가 사업하고 있다. SMIC는 내수와 성숙 공정을 기반으로 2024년 세계 3위 파운드리로 부상했다. 범용 D램의 한중 기술격차는 우리 기업과 CXMT의 1세대 DDR5 양산 시점을 기준으로 3년 수준이고 HBM 기술격차는 6년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화웨이의 AI 반도체는 엔비디아 칩 대비 성능, 수율 등에서 열위에 있지만, 이를 첨단 패키징 등을 통해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차량용 반도체 자급률 목표를 2025년 25%로 수립하고 자국 반도체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나 차량용 반도체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 차량용 반도체 자급률 목표를 2027년 100%로 상향했다. 중국은 공정과 양산 기술은 우리에 못 미치지만 거대 내수 시장을 보유해 반도체 판매량이 증가하면 수율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동수서산(East Data, West Computing)” 인프라 구축
동수서산은 서부 지역에 데이터 센터와 컴퓨팅 허브를 배치하여 비용이 저렴하고 에너지가 깨끗한 지역(예: 수력, 태양광)을 활용하려는 것으로 중국의 데이터센터 육성 정책 중 하나이다. 중국 동부 지역의 데이터를 서부 지역으로 옮겨와 처리하는 프로젝트다. 경제가 발달한 동부 지역에 몰려있는 컴퓨팅 리소스를 상대적으로 낙후됐지만 자원이 풍부한 서부 지역으로 공급한다는 게 주된 목표다.
중국 동부 지역은 전력난이 심하고 전기료도 비싸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반면 중국의 서부 지역은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전기료가 싸서 동부를 대신해 대규모 데이터 센터가 들어서기에 적합하다. 2022년에 시작되었고 8개 국가 고속 컴퓨팅 허브와 10개 데이터 클러스터가 포함된다. 동수서산 프로젝트는 고속 광섬유 네트워크와 클라우드-엣지 아키텍처로 이어진다.
서부 지역에는 AI 모델 훈련 및 배치 처리 등을 위한 데이터 센터가 위치하고, 동부에서는 실시간 서비스가 유지된다. 애플·퀄컴·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이 현재 중국 서부 지역에 IDC(인터넷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연 4000억 위안 규모의 민관 투자 유발을 기대하고 있다. 딥시크(DeepSeek)는 중국이 AI 기술력에서 세계 선두권에 진입했음을 상징하지만, 여전히 연산 인프라, 글로벌 협력 등 구조에서 과제가 남아 있다. 향후 동수서산 전략을 통한 인프라 자립, 산업 맞춤형 모델 개발, AI 규제와 표준의 정비, 인재 확보와 국제 네트워크 확대가 지속 추진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양적인 성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AI 분야에서 실질적인 도약을 이뤄갈 전망이다.
동수서산 2035는 2035년까지 중국이 ‘디지털 중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이다. 2035년까지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중국의 야심 찬 계획이 보인다. 중국은 2035년까지 디지털 최강국을 목표로 거대하고 웅장한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경제 기반을 다지기 위해 추진되는 ‘동수서산’ 프로젝트에 대규모 투자가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은 이외에 그간 고난도 부품과 공정을 전문으로 독자 수행하는 중소기업 ‘리틀 자이언츠’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25년까지 ‘리틀 자이언츠’ 기업 1만 개 목표를 한 바. 이미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는 평이고 그 여정은 계속될 전망이다. 데이터, 지식, 알고리즘을 공식적인 생산요소로 인정하고, 데이터 재산권, 거래, 사업화 구조를 마련해 디지털 생태계를 강화하는 디지털 자본주의가 중국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역설적으로 보인다.


